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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文정부 임대차 3법 이후…'깡통전세' 4배 이상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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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집 구매 자금 대부분을 임대보증금으로 마련한 이른바 ‘깡통전세’ 비율이 문재인 정부의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거래의 계약 만료 시점은 올해 가을 이사철부터 내년까지 집중돼 있어, 보증금 미반환으로 인한 전세 사기 문제가 앞으로 커질 수 있다.

깡통전세 비율, 법 시행 후 8.7→34.9% 급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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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임대보증금 등으로 집값을 마련했다(갭투자)고 밝힌 서울 부동산 거래 중 임대보증금이 집값의 80% 이상인 거래의 비율(깡통전세 위험 거래)은 임대차 3법 시행 전(2017년 10월~2020년 7월) 8.7%에서 시행 후(2020년 8월~2023년 3월) 34.9%로 4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는 2017년 10월부터 2023년 3월 사이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한 서울 부동산 거래를 전수조사한 결과다.

집계 기관과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 서울 집값은 1년 전과 비교해 약 10~30%가량 떨어졌다. 집값 하락 전에 무리하게 임대보증금을 많이 끼고 부동산을 샀다면, 향후 전세보증금이 집값보다 비싸지는 이른바 깡통전세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강서구, 깡통전세 위험 비율 최고 84.7%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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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기준 깡통전세 위험(임대보증금 집값 80% 이상) 거래 비율을 서울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갭투자’ 성지라고 불리는 강서구가 지난해 3월 84.7%로 가장 높았다. 강서구는 이 기간 총 413건의 갭투자가 있었는데, 이 중 350건이 깡통전세 위험이 있는 거래였다. 이어 광진구(83.3%, 지난해 11월)·금천구(77.2%, 지난해 9월) 순이었다. 강남구(58.3%, 지난해 3월)·서초구(50%, 지난해 10월)·송파구(62.3%, 지난해 2월)도 지난해 깡통전세 위험 거래 비율이 최고 절반 이상이 됐다. 모두 임대차 3법 시행 이후다. 깡통전세 위험 거래 비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가 임대차 3법 시행 전이었던 곳은 노원구(40.0%, 2017년 9월)뿐이었다.

내년 가을 이사철부터 보증금 본격 반환

깡통전세 위험 거래 비율은 2021년 9월~2022년 5월 거래(41.5%)에서 높게 나타났다. 현행법상 임대차 계약은 2년 후 1차 만료된다. 이 때문에 이들 거래는 가을 이사철인 올해 9월부터, 봄 이사철인 내년 5월까지 전세금을 반환해야 할 수 있다. 만약 이 시기 집값이나 전세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역전세 혹은 전세 사기로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이번 분석은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한 서울 부동산에만 한정했다. 통상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지 않는 비서울 지역, 저가 아파트 및 빌라로 대상을 확대하면 깡통전세 위험 거래 비중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집값이 쌀수록 전세가율이 높아 깡통전세 위험도 더 크다.

임대차 3법으로 신규 전세가 자극

 국회 본회의에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되자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본회의에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되자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대차 3법 이후에 깡통전세 위험 거래 비율이 급증한 것은 전셋값이 그만큼 올라서다. 문재인 정부와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임차인 권리를 보호하고자 임대차 3법을 개정했다. 해당 법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최대 4년(2 2년) 보장하면서, 계약 갱신 시 전·월세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였다.

문제는 최대 4년간 임대보증료 인상이 제한된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미리 당겨 올리면서 발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규 계약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오르자, 집값과 임대보증금 격차가 줄었고 무리한 갭투자가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깡통전세를 양산한 주범은 임대차 3법만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전세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당시 금리가 낮았던 데다, 전세금 반환보증제도 영향에 사람들이 집값 대비 높은 전세가율도 손쉽게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시에는 전세가가 올라도 전세대출 금리는 계속 떨어져, 실제 임차인이 부담하는 전세대출 이자는 비슷한 수준이었다”면서 “임대차 3법으로 전세금이 일시적으로 오른 측면은 있지만, 그것이 근본 원인은 아니다”고 했다.

패닉바잉 겹치며 무리한 ‘갭투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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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간에는 높은 집값 상승에 지친 20·30대 젊은 층이 부동산 매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패닉바잉(미래 가격 인상이 두려워 무리하게 선 구매하는 것)’까지 발생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상승시킨 것으로도 모자라 임대차 3법으로 전셋값까지 올리면서, 젊은 층의 무리한 갭투자를 유발했다”고 했다.

실제 김 의원실에 따르면 임대차 3법 전(2017년 10월~2020년 7월) 36.3%에 불과했던 갭투자 비율(자금조달계획서 제출 거래 중 임대보증금 등으로 집값을 마련한 비율)은 임대차 3법 시행 후(2020년 7월~올해 3월) 40.6%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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