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진핑 만세"에 빵 터졌다…中 손에 날아간 '로저 삼촌' 영상 [영상]

중앙일보

입력

중국계 말레이시아 코미디언인 나이젤 응(32)이 '중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 톈안먼(天安門)사태 발생 34년인 다음 달 4일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을 다룬 코미디 영상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뒤 웨이보에서 신규 게시물 작성 권한을 박탈당했다. 그는 영국 등에 거주하면서 '엉클 로저(로저 삼촌)'란 활동명으로 중국 정부를 풍자해왔다.

외신은 중국 지도부가 정치적 '한계선'을 넘었다고 여겨지는 코미디언들을 다시 단속하기 시작하면서 내려진 조치라고 진단했다.

코미디언 나이젤 응(사진)이 중국에 대한 풍자 코미디 영상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지 며칠 만에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신규 게시물 작성 권한을 박탈당했다. 웨이보에서 응의 팔로워 수는 40만명에 달한다. 트위터 캡처

코미디언 나이젤 응(사진)이 중국에 대한 풍자 코미디 영상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지 며칠 만에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신규 게시물 작성 권한을 박탈당했다. 웨이보에서 응의 팔로워 수는 40만명에 달한다. 트위터 캡처

2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나이젤 응은 지난주 SNS에 "6월 4일 코미디 쇼를 공개하겠다"면서 짧은 예고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중국 감시 사회, '하나의 중국' 정책, 시진핑 주석 숭배 분위기에 대한 농담이 등장했다. 며칠 뒤 웨이보 측은 "응이 관련 법규 위반으로 인해 게시물 작성이 금지됐다"고 공지했다.

중국계 말레이시아 코미디언인 나이젤 응이 코미디쇼 예고 동영상에서 "친애하는 공산당(CCP)"이라고 말하면서 중국을 풍자하는 내용의 농담을 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중국계 말레이시아 코미디언인 나이젤 응이 코미디쇼 예고 동영상에서 "친애하는 공산당(CCP)"이라고 말하면서 중국을 풍자하는 내용의 농담을 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문제가 된 예고 영상에서 한 관객이 중국 광저우 출신이라고 하자 그는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서 '중국은 좋은 나라'라고 말해야 한다"면서 "왜냐하면 중국의 모든 전화기가 지금 이 말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객도 (중국) 화웨이 폰을 갖고 있을 것"이라면서 중국 정부가 개인의 통화 내용까지 감청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나이젤 응은 중국을 풍자하는 코미디쇼 예고 영상을 올렸다가 웨이보 게시물 신규작성 권한을 박탈당했다. 웨이보 캡처

나이젤 응은 중국을 풍자하는 코미디쇼 예고 영상을 올렸다가 웨이보 게시물 신규작성 권한을 박탈당했다. 웨이보 캡처

관객들이 웃자 그는 "시 주석 만세"라고 여러 차례 외쳤다. 그러면서 "(이렇게 시 주석을 칭송하면) 로저 삼촌의 사회 신용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법규를 위반한 사람을 벌주고 모범 시민은 포상하는 취지의 '사회 신용점수' 제도를 농담거리로 삼은 것이다.

중국 정부는 공과금 연체 등으로 인해 신용점수가 낮은 개인에게는 기차·비행기 티켓 예약, 자녀의 대학 입학 등에 불이익을 주고 모범적인 시민에게는 높은 점수를 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영상에서는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양안 문제(兩岸·중국과 대만)도 농담 소재가 됐다. "대만에서 온 사람들 있느냐"는 그의 질문에 일부 관객이 손을 들자 "(대만은) 진짜 나라도 아니지"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중국(원 차이나)!"이라고 외쳤다. 관객의 야유가 커지자 그는 "이건 정치 풍자 쇼가 아닌데…로저 삼촌 쇼는 오늘 밤 사라지게 되겠지"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나이젤 응은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양안문제(兩岸·중국과 대만)도 농담거리로 삼았다. 트위터 캡처

나이젤 응은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양안문제(兩岸·중국과 대만)도 농담거리로 삼았다. 트위터 캡처

영상 말미에 그는 "로저 삼촌은 좋은 동지라고 전해달라"면서 "중국 공산당이 날 사라지게 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외신은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톈안먼 민주화 시위 34년 기념일이 시 주석의 3연임 집권 시작 이후 처음 맞는 것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진핑 퇴진' 구호까지 등장한 '백지 시위'와 같은 상황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통제를 강화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19일 베이징 스탠드업 문화 미디어 등 코미디 공연회사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공연 계획을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취소된 행사 대부분이 예기치 못한 상황을 취소 사유로 밝혔는데 이는 중국 공안, 정부기관이 "국가 사회에 유해한 것"으로 간주하는 활동을 중단할 때 쓰는 완곡한 표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13일에는 중국인 코미디언 리하오스(李昊石·31)가 시진핑 주석이 당 대회에서 강군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한 발언을 패러디했다가 중국 인민해방군 모욕 혐의로 공안에 체포됐다.

리의 소속사는 베이징시 당국으로부터 1335만3816위안(약 25억5000만원)의 벌금 청구서를 받았다. 당국은 벌금과는 별개로 소속사가 위법한 방법으로 이익을 봤다며 132만 위안(약 2억5000만원)을 몰수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