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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준칙 이상한 조건…야당 “사회적기업에 돈 더 풀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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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민주화추진협의회 결성 39주년 기념식’에 나란히 앉았다. 여야가 나랏빚을 일정 수준 이내로 관리하는 ‘재정준칙’ 도입을 놓고 대립해 5월 국회 통과는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민주화추진협의회 결성 39주년 기념식’에 나란히 앉았다. 여야가 나랏빚을 일정 수준 이내로 관리하는 ‘재정준칙’ 도입을 놓고 대립해 5월 국회 통과는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뉴스1]

5월 국회 통과가 사실상 무산된 ‘재정준칙’의 최대 걸림돌은 법안의 결함이나 국회의원의 무관심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재정준칙과 함께 통과시켜야 한다며 밀어붙인 ‘사회적 경제 기본법’(사경법)이다. 국가 재정을 볼모로 야권 성향 시민단체 챙기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5~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나랏빚을 일정 수준 이내로 관리하는 내용의 재정준칙은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1호 안건인 사경법에 밀려서다. 야당은 재정준칙과 연계해 사경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고, 여당은 “운동권 퍼주기 법”이라며 반대해 시작부터 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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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법은 대통령 산하 사회경제발전위원회를 새로 설립해 연간 정부 공공조달액의 최대 10%(약 7조원)를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생활협동조합 등 3만5000여 곳에서 의무 구입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사회적기업에 국유재산을 무상 임대하고 교육·훈련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7월 민주당에서 처음 발의한 뒤 현재까지 5건의 법안이 제출됐다. 사회적기업은 영리·비영리 기업의 중간 형태다. 취약계층 서비스, 지역사회 공헌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야당은 재정준칙만큼 사경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사경법은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통합적·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법안의 통과가 매우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 소수자 지원을 명분으로 앞세웠지만, 속내는 야권 지지단체의 경제적 토대를 확고하게 마련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 성향 시민단체가 사회적 기업을 장악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고정 표밭’을 다지는 취지다. 과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엔 운동권 출신 인사가 만든 협동조합이 소형 태양광 사업을 대거 수주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재정준칙은 나랏빚 폭증을 막아 국가 재정을 건전하게 관리하자는 취지인데, 사경법이 통과되면 정부 보조금 청구가 급증할 수 있다”며 “‘브레이크’와 ‘가속기’를 동시에 밟는 꼴이라 서로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공조달 규모는 73조1708억원이다. 이 중 사회적기업에서 구매한 제품·서비스가 2조3938억원(3.27%)이었다. 문재인 정부(2017~2022년)를 거치는 동안 사회적기업 공공조달 규모가 2배로 늘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사회적기업의 존재 목적이 ‘지원금 수령’이라면 본말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기업은 이미 공공조달에서 특혜를 받고 있다. 공공조달 시 사회적기업에서 물품·용역을 계약할 경우 가점을 주고, 수의계약도 허용한다. 이 밖에 ▶근로자 인건비 최대 50% ▶사업개발비 연간 최대 1억원 ▶창업자금 최대 5000만원 ▶법인세 3년간 100% 감면 등 지원책이 있다. 윤영귀 기재부 지속가능경제과장은 “개별 지원법이 있기 때문에 ‘옥상옥’ 성격의 사경법을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정 집단에 대한 지원이 과도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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