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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기업 내 조직 간 이기주의 타파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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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기고

정욱 동국대 경영대학장  경영전문대학원장

정욱 동국대 경영대학장 경영전문대학원장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관할하는 시장이 넓어지면 다양한 기능들이 보다 전문화되고 다양한 기능별·지역별·사업영역별 조직화가 일어난다. 기업 규모가 성장하면서 조직화가 일어나면 각 조직은 개별적 자치권을 희망하게 되고, 이는 한정된 자원을 나누는 과정에서 조직 간의 세력 다툼으로 번지게 된다. 이런 다양한 조직들의 여러 목소리들을 통제하기 위해 기업은 관료적인 문화를 필요로 하게 된다. 즉, 여러 규율과 통제가 기업에 자리 잡게 된다. 많은 규칙과 절차들로 인해 기업의 의사결정 속도는 더디게 되고 부서 간의 의견 대립, 경영진의 우유부단한 조치, 조직 전체의 혼동으로 인해 기업의 분위기는 침체되고 결국 성장은 정체된다.

실은 국가 간의 문화 차이보다 기업 내 조직 간 문화 차이가 더 큰 경우를 보게 된다. 조직 내의 다양한 부서 간에는 기업의 미래를 짊어질 실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일어난다. 누가 기업의 성장에서 보다 큰 역할을 하는지 목소리 높여 싸우는 것이다.

세력 다툼과 문화적 갈등을 진압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구성원들이 여러 직무를 경험해 보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1970~80년대 일본에는 광범위한 보직 순환이 이뤄지는 수평적 구조의 기업이 많았는데, 이는 전사적 품질관리(TQM)를 바탕으로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기업 운영의 전반적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담 스미스(Adam Smith)의 ‘국부론’에서 주장한 분업과 특화를 통한 이점을 일부 양보하게 되는 측면은 있지만 직무 간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나 생산과정의 이해 부족 등을 기관 내에서 재조정하는 데 드는 비용이 줄고, 자신의 부서에서 해야 할 일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장점들을 갖고 있다.

다기능 협의체인 공식적 ‘S&OP (sales & operations planning)’를 지속해서 가동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판매 부문과 공급 부문이 비공식적으로 수시로 의사 소통하는 것은 신속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제한된 그룹에서만 소통이 이뤄지는 것은 기업 전체의 관점에서 필요한 토의와 후속대책이 실시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S&OP는 기존의 판생회의(혹은 생판회의)가 보다 체계화된 형태로 주 단위, 월 단위로 여러 부문의 책임자들이 참석하는 공식적 회의체다. 회의에 참여하는 부문 책임자들은 계획과 실적이 차이가 난 원인을 분석해 책임을 명확히 하고, 해결 방안을 도출하며, 이의 실행을 모니터링함으로써 판매계획과 공급계획이 꾸준히 동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둔다. S&OP 회의는 W. Edwards Deming 박사가 주창한 P-D-C-A 사이클이 지속해서 운영되는 완결된 루프(closed-loop)의 최상위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기능과 지역이 아닌 제품 혹은 고객 위주로 조직 편제를 재조정하는 것이다. 조직을 제품 혹은 고객 위주로 재조직하면 기능 중심 혹은 지역 중심의 내부갈등을 진압할 수 있다. 제품 중심의 조직구조는 마치 하나의 소규모 기업이 운영되는 것처럼 다양한 기능 간의 원활한 소통과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더욱 편리하다. 다양한 소비재 제품을 다루는 산업에서는 고객 위주로 조직을 재편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기업 내 여러 부서 간 이기주의를 타파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이는 기업 전체의 프로세스를 재조직하고 구성원들의 태도 변화를 요구한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조직의 큰 변화가 그리 쉽지는 않지만 다른 대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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