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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는 무서운 장르”…박정현이 부른 ‘비 내리는 영동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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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21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가수 박정현의 단독 콘서트 ‘더 브리지(The Bridge)’가 열렸다. [사진 본부엔터테인먼트]

지난 21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가수 박정현의 단독 콘서트 ‘더 브리지(The Bridge)’가 열렸다. [사진 본부엔터테인먼트]

발라드와 알앤비(R&B)는 물론, 록·스윙재즈·트로트에 이어 아이돌 음악까지.

가수 박정현(47)의 데뷔 25주년 콘서트는 마치 종합선물세트와 같았다. 지난 21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더 브리지’에서 박정현은 공연 내내 관객과의 소통에 공을 들였다.

“오늘 제 공연, 처음 보러 오신 분 계신가요?” 객석에서 여러 명이 손을 들자 박정현은 “(가수 생활) 25년 동안 매번 이렇게 처음 찾아오시는 분이 있다는 것이 감동스럽고 신기하다”며 신인처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최근 발표한 정규 10집 타이틀곡 ‘그대라는 바다’를 부르며, 무대 한가운데 설치된 3층 높이의 다리 위에서 등장했다. 관객과 자신을 이어준다는 의미의 ‘다리’는 앨범명이자 이번 공연명이기도 하다. 다리를 통해 관객 쪽으로 건너온 박정현은 “작년부터 관객과 눈 마주치는 기회가 생기면서 ‘무대 위가 내 자리’라고 다시금 느꼈다”며 ‘사랑이 올까요’ ‘편지할게요’ ‘미장원에서’ 등 대표곡을 불렀다.

지난 21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가수 박정현의 단독 콘서트 ‘더 브리지(The Bridge)’가 열렸다. [사진 본부엔터테인먼트]

지난 21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가수 박정현의 단독 콘서트 ‘더 브리지(The Bridge)’가 열렸다. [사진 본부엔터테인먼트]

주특기인 고음 발라드에만 안주하지 않았다. ‘P.S. 아이 러브 유’는 록 버전으로, ‘유 민 에브리씽 투 미’는 스윙재즈 버전으로 편곡해 선보였다. 꾀꼬리같이 청아한 박정현의 목소리가 록 장르에선 힘 있게, 스윙 장르에선 그루브(groove)하게 변모했다. 발라드에 숨죽이던 관객들은 흥겨운 리듬에 몸을 맡기고 공연 중간 중간 환호하며 음악에 빠져들었다.

박정현의 새로운 시도는 커버곡(다른 가수의 노래를 재해석해 부른 곡)으로도 이어졌다. 그는 “앨범, 공연 외에 경연 프로그램, 길거리 버스킹까지 색다른 경험을 많이 했다”며 “커버곡으로 저에게 건너온 팬들도 많이 있어서 다양하게 준비해봤다”고 말했다. 커버곡은 블랙핑크 지수의 ‘꽃’, 데이식스의 ‘예뻤어’ 등 아이돌 노래부터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송창식의 ‘푸르른 날’, 주현미의 ‘비 내리는 영동교’까지 아울렀다. 트로트곡인 ‘비 내리는 영동교’에 대해 그는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인생에서 세 번째”라면서 “예능 프로그램 미션으로 처음 부르게 됐는데 트로트는 사실 너무 무서운 장르였다”고 회상했다. 낯선 트로트 장르를 박정현 식으로 체화해 부른 뒤 “트로트도 부를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듯이 (삶에서도) 여러 길이 있으니 ‘당신의 길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히트곡 ‘꿈에’를 부를 땐 공연이 절정에 달했다. 그는 이 곡을 “어디에 배치할지 순서의 문제이지, 제 공연 선곡에선 빠질 수 없는 곡”이라고 소개하면서 “체력 때문에 앞당겨 부르곤 했는데 오늘은 끝 곡으로 택했다”고 말했다. 삼각형 모양의 조명 속에 홀로 서 있는 작은 체구의 박정현이 고음과 애드리브를 뿜어냈고, 관객들은 오롯이 공간과 소리에 집중했다.

4년 만에 이뤄진 박정현의 전국 투어는 이날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대구·군산·고양 등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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