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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칼 뺐다 "마이크론 구매 중단"…삼성·하이닉스 진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버지니아에 있는 마이크론 공장. AP=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에 있는 마이크론 공장. AP=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미국 마이크론의 보안 이슈를 문제 삼아 미국에 ‘반격 활시위’를 당기면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이 당장은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전날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이 내린 마이크론 제품 구매 중단 조치에 대해 강력 반발하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왜곡에 대해 핵심 동맹·파트너와 함께 대응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후속 카드도 꺼내 들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마이크론의 중국 시장 공급 감소분을 한국 반도체 기업이 채워주지 말라’고 미국 측이 요구할 가능성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양태는 시장경제 원칙과 글로벌 산업망 안정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백악관이 한국 정부에 ‘중국이 마이크론의 중국 내 반도체 판매를 금지할 경우 한국 기업들이 그 빈자리를 메우지 말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앞둔 시점이었다. 미·중 정부가 서로 민간기업 제재→공동 대응 압박→엄포를 이어간 것이다.

마이크론은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빅3’를 구축한 업체로,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제조 기업이다. 지난해 총매출 308억 달러 중 중국 비중은 10.8%가량이다. 발표 시기가 미국이 주도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폐막일로, 중국에 대한 견제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한 다음 날이라 파급력이 컸다.

먼저 공세에 나선 건 미국이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수출통제 조치를 내놨다. 최근엔 반도체법 지원금을 받는 기업은 중국에서 생산시설을 확충할 수 없다는 ‘가드레일’ 조항을 신설했다. 마이크론은 이에 발맞춰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 있는 D램 설계센터를 폐쇄했다. 다만 시안의 D램 모듈 제조 공장은 여전히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난처한 입장이다. D램이 글로벌 3강 체제로 굳어져 있어 두 회사가 마이크론의 대체재가 될 수밖에 없어서다. 두 회사는 중국 당국의 결정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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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여파가 여기서 멈출지도 미지수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이번 조치를 ‘기습’으로 평가하며, 퀄컴·브로드컴·인텔 등 다른 외국 기업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이번 중국 측의 조치가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한국·일본 등에 대한 경고 신호일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국내 기업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다수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이번 조치는 미국에 대한 반격일 뿐”이라며 “메모리 자급자족을 할 수 없는 중국 입장에선 한국 업체까지 공격할 이유가 없다”고 내다봤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중국 입장에선 이번 조치가 실익도 없지만 손해도 없을 것”이라며 “반도체 재고가 많이 쌓여 있는 상황이고,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 비중도 크지 않다. 단기적으로 국내 업체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 전망했다.

반면 마이크론의 ’공백’을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중국 업체가 메울 수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엔 최악의 시나리오다. 바짝 추격하는 중국 업체의 성장을 지켜볼 수만도, 그렇다고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적극적으로 메울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 쑤저우에 테스트·패키징(후공정) 공장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공장, 충칭에 후공정 공장, 다롄에 낸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업계 관계자는 “한 번 제재를 가한 만큼 ‘다음 스텝’으로 한국 업체도 사정권에 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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