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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도는 교육청 기금 26조, ‘세수절벽’에 교육재정 개편론 고개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세종시 한솔동의 한 중학교 1학년 교실에서 원격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세종시 한솔동의 한 중학교 1학년 교실에서 원격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올해 ‘세수 절벽’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 모두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교육교부금 수입은 계속 늘고 있다. 한해 교육재정에서만 수십조 여윳돈이 발생하는 구조를 방치해도 되느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2일 기획재정부와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예산은 1년 전보다 10조7011억원 늘어난 75조7606억원이다. 역대 최대 규모다. 2019년 55조원 수준에서 가파르게 늘고 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초ㆍ중등 교육 지원에 쓰이는 교육교부금은 그해 걷힌 내국세에서 20.79%를 의무적으로 떼어내 조성하게 돼 있다. 나라 재정이 어렵던 1970년대 교육 예산만큼은 안정적으로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이런 내용을 법으로 못 박았다. 하지만 출생률이 급격히 내려가면서 교육교부금 규정은 골칫거리가 됐다. 학령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는데 교육교부금 산정 비율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 다 쓰지 못하고 남은 돈만 눈덩이처럼 불어가는 중이다.

전국 17개 시ㆍ도 교육청은 지출하고 남은 돈을 지방교육재정기금에 적립하고 있는데, 올해 역대 최대를 찍었다. 교육부의 ‘지방교육재정알리미’ 사이트를 보면 올해 예산을 기준으로 지방교육재정기금은 26조7983억원에 이른다. 2019년 1조7833억원에서 5년 새 25조원 넘게 증가했다. 1년 치 교육 예산(102조원)의 26%에 달하는 돈이 교육청 기금으로 잠자고 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늘어난 빚에 올해 ‘세수 절벽’까지 맞닥뜨린 지자체와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교육재정 개편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교육계 반발이 거세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초ㆍ중ㆍ고 교육에만 쓰도록 한 교육교부금 일부(올해 기준 1조5000억원)를 대학ㆍ평생 교육(고등ㆍ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으로 돌리는 내용의 개정 법안이 진통 끝에 지난해 말 간신히 국회를 통과했을 뿐이다.

현재 정부 차원에선 ‘유치원ㆍ어린이집 통합 정책(유보 통합)’을 교육교부금 개편과 연계해 추진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교육부ㆍ교육청 관할인 유치원은 교육교부금 지원 대상이지만, 보건복지부 관할인 어린이집은 아니다. 유보 통합 과정에서 교육교부금을 어린이집 지원에도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정부 차원에서도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유보 통합 시점은 오는 2025~2026년 이후다.

지난해 10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및 범국민 서명운동 선포식에서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왼쪽 네 번째부터)과 지방 교육재정 교육감 특위 위원장인 김지철 충남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 관계 단체 대표자들이 성명서를 낭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및 범국민 서명운동 선포식에서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왼쪽 네 번째부터)과 지방 교육재정 교육감 특위 위원장인 김지철 충남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 관계 단체 대표자들이 성명서를 낭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재부 관계자는 “당장 진행할 수 없는 중기 과제인 데다, 교육교부금 개편은 모두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이라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교육교부금 재원을 내국세수의 20.79%로 묶어놓은 법 자체를 손대지 않고서는 문제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엔 교육교부금을 책정할 때 학생 수 변화를 반영하거나, 교부금 일부를 지방재정 등 다른 곳으로 돌리는 내용의 개정 법안이 여럿 상정돼 있다. 하지만 일선 교육청과 학교 현장의 반발이 거세 국회에서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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