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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불법 시세조종 알선만 21건…'뒷돈 상장' 코인 최소 46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암호화폐거래소 코인원 임직원이 뒷돈을 받고 상장(거래지원) 편의를 봐 준 코인이 최소 46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인원 상장 비리 사건 첫 기소가 이뤄진 지난 3월 기준, 코인원에 상장된 코인 4개 중 1개에 해당하는 수치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에 연루된 코인은 향후 추가 수사 과정에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이승형)는 코인원 상장 과정에서의 거래소 임직원과 상장 브로커 사이 유착관계와 비리를 수사해 지난 3~4월 세 차례에 걸쳐 전직 코인원 최고영업이사(CGO) 전모(41)씨와 상장팀장 김모(31)씨(배임수재·업무방해), 브로커 고모(44)·황모(38)씨(배임증재)를 구속기소했다. 코인원 임직원들이 브로커로부터 코인 상장의 대가로 받은 금품은 전씨 약 19억4000만원, 김씨 약 10억4000만원 등 총 29억8000여만원에 달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지난 3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코인원 상장 비리에 연루된 임직원 2명과 브로커 2명을 배임수재·업무방해·배임증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사진은 지난 9일 서울 신정동 남부지검 본관 로비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지난 3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코인원 상장 비리에 연루된 임직원 2명과 브로커 2명을 배임수재·업무방해·배임증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사진은 지난 9일 서울 신정동 남부지검 본관 로비의 모습. 연합뉴스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등을 통해 입수한 전씨·김씨·고씨·황씨 등 4명의 공소장에 따르면, 코인원 상장 담당 임직원이던 전씨·김씨는 2019년 하반기부터 브로커로 활동하던 고씨·황씨로부터 상장 코인을 추천받아 오며 인연을 맺었다. 자칭 ‘에이전트’였던 황씨는 김씨가 담당한 상장 신청 재단 평판 조회와 현장 실사 업무를 함께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코인원 임직원들은 신규 코인을 상장하려는 재단이 브로커들을 통해 특정 MM(시장조성)업체와 MM계약을 맺도록 했다. 신규 코인들이 상장된 뒤 거래량 부족으로 거래 수수료가 감소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지만, 이 업체들은 자전거래를 통해 거래량과 가격을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불법 MM업체였다. 그런데도 전씨는 MM계약 알선 과정에서 코인원 차명훈 대표에 “상장 신청 재단이 유동성 공급(LP) 업체와 계약할 경우 보증금 등을 깎아주려고 한다. 단순히 유동성 공급 업체를 소개만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거짓 보고하고, 이들 업체와 계약한 재단에 상장 보증금을 면제해 줬다.

검찰은 “재단이 MM업체를 통해 대량의 시장조작 주문을 제출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해당 코인의 상장을 거절하거나 중단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피해자 회사(코인원)을 속여 거래지원 심사 및 시장관리 업무를 방해했다”며 업무방해죄를 추가 적용했다. 이처럼 코인원 임직원들이 불법 MM을 유도한 상장 코인은 미술품 연계 코인인 피카(PICA)를 포함해 21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브로커들이 코인원 임직원과 재단 사이 연락책 역할을 하면서 거둔 상장 알선의 대가와 MM업체 소개비 등 수익을 코인원 임직원과 나누는 방식으로 금품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씨는 고씨로부터 2020년 3월부터 1년여간 13차례에 걸쳐 테더(USDT)와 비트코인 2억2000만원 어치를, 2020년 4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12차례에 걸쳐 현금 1억2000만원을 쇼핑백으로 직접 받았다. 황씨로부터는 지난해에만 16차례에 걸쳐 3억3000만원 상당의 테더와 12억7000만원 상당의 리플(XRP)코인을 받았다.

김씨의 경우 고씨로부터 2019년 12월부터 2021년 3월까지 14회에 걸쳐 은행계좌 송금과 현금 쇼핑백으로 1억5000만원을, 2020년 4월부터 2021년 5월까지 4억6000만원 상당의 테더를 이체받았다. 황씨로부터는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자신의 전자지갑으로 4억3000만원 상당의 테더를 받았다. 2020년 12월, 2021년 2월에는 상장 편의를 봐 준 재단의 사전 발행 물량 약 4000만원 어치를 아버지의 전자지갑으로 우회해 받기도 했다.

검찰은 코인원 상장 비리 사건 공소장을 통해 가상자산거래소 내 정상적 유동성 공급(LP)과 코인 MM업자의 시세조종 행위를 구분하고, 자전거래를 통한 MM 행위는 일반 투자자에 거래량과 시세에 대한 오인·착각을 일으키는 불법 시세조종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코인원 상장 비리 사건 공소장을 통해 가상자산거래소 내 정상적 유동성 공급(LP)과 코인 MM업자의 시세조종 행위를 구분하고, 자전거래를 통한 MM 행위는 일반 투자자에 거래량과 시세에 대한 오인·착각을 일으키는 불법 시세조종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가상자산거래소 상장의 의의 ▶정상적 유동성 공급(LP)과 코인 MM업자의 시세조종 행위에 대해 기초사실로 자세히 설명하면서 자전거래 등을 통한 MM 행위를 불법 시세조종으로 규정했다. 검찰은 “대형 가상자산거래소의 상장 심사 결과는 일반 투자자들이 객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정보다. 그런데 재단 측과 결탁해 상장 코인을 대상으로 대량의 자전거래·물량소진·고가매수를 통해 거래량을 부풀리고, 신규 상장이나 외부업체와의 파트너십 체결 등 호재성 이벤트에 맞춰 재단 측이 요구하는 목표가격까지 인위적으로 시세를 끌어올리는 MM업자들이 암약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세조종은 거래소 내 일반 회원들에게 거래량 및 시세에 대한 오인·착각을 불러일으켜 해당 코인 거래에 참여해 코인을 매수하도록 유인한다”고 적시했다.

실제 검찰은 피카 등 전씨가 MM업체를 알선한 코인 재단에 대해 사기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이번 공소장에도 이 같은 MM 행위에 대해 ‘불법적인 시세조종행위’라고 규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코인 시장에서의 불법 MM 행위를 일반 투자자에 대한 사기죄로 기소한 사례는 아직 없다”며 “코인이라는 새로운 거래 방식이 등장한 이상 사기에 관한 법리를 조금 더 확대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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