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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과탐Ⅱ 필수 응시 폐지에 "연·고대 중복합격자 늘어날듯"

중앙일보

입력

서울대학교 정문. 이병준 기자

서울대학교 정문. 이병준 기자

서울대가 2024학년도 대입 정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 응시 기준을 완화하면서 고려대·연세대 등 상위권 대학의 합격선이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동안 서울대 자연계 정시모집에 지원하려면 과학탐구Ⅱ 영역에서 한 과목 이상 필수 응시해야 했지만, 현 고3이 치르는 올해 입시부터 과학탐구Ⅰ 과목만 응시해도 지원 가능하다. 대신 과학탐구Ⅱ 한 과목은 3점, 두 과목은 5점의 가산점을 준다.

입시 업체인 메가스터디교육은 22일 과학탐구Ⅱ 선택자에게 주는 가산점 영향력이 적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최근 수능에서 과학탐구Ⅰ 과목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3학년도 수능 기준으로 물리학Ⅰ·생명과학Ⅰ을 선택한 학생과 생명과학Ⅱ·지구과학Ⅱ을 선택한 학생이 모두 만점을 받을 경우, Ⅰ과목만 선택한 학생의 표준점수가 142점으로 Ⅱ과목을 선택한 학생(138점)보다 높다. 서울대 점수 산출식에 따라 조정하고 가산점 5점을 더하면 실제로는 1.8점의 차이가 발생한다. 다른 조합을 선택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실제 과학탐구Ⅱ의 가산점은 국어와 수학 영역의 1문항 점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료 메가스터디교육

자료 메가스터디교육

Ⅱ과목과 Ⅰ과목을 하나씩 응시할 경우에는 Ⅰ과목 2개를 응시하는 것보다 2.2점이 높아진다. 앞선 상황보다 큰 차이지만, 가산점이 3점으로 줄어 영향력은 더 줄어든다. 남 소장은 “Ⅱ과목 선택이 반드시 유리한 결과로만 이어지지 않는다”며 “과목 조합에 따라 가산점을 받아도 1과목보다 불리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Ⅱ과목은 Ⅰ과목보다 다루는 양이 많고 심화된 내용으로 고득점을 받는 인원도 적다”며 “최근 몇년간 과학탐구 영역에서 Ⅱ과목 응시자 수가 지속 감소했는데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앞으로 과학탐구Ⅱ 이탈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의 과학탐구Ⅱ 필수 응시 폐지로 고려대·연세대와의 중복합격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과학탐구Ⅰ만 응시한 고려대·연세대 지원자가 올해부터는 서울대에도 지원할 수 있어서다. 남 소장은 “연세대와 고려대에서 서울대로 이탈하는 학생이 늘어나면 연쇄반응으로 서강대와 성균관대, 한양대에서도 이탈하는 학생이 늘어나게 된다”며 “(이들 대학의) 최종 합격선의 하락이 예상된다”고 했다.

한편 서울대는 과학탐구Ⅱ 필수 응시를 없애면서 물리학 또는 화학을 반드시 1개 이상 응시하도록 했다. 물리학과 화학은 생명과학, 지구과학보다 수험생 선호도가 낮고 응시자 수도 적다. 서울대 측은 “전공 분야 학문적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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