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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20만원 받던 레슨 프로…3억8000만원 잭팟 터뜨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마이클 블록이 22일(한국시간) 열린 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15번 홀 홀인원을 기록한 뒤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이클 블록이 22일(한국시간) 열린 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15번 홀 홀인원을 기록한 뒤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PGA 챔피언십은 일주일 내내 마이클 블록(47·미국)의 파티였다.”

한국시간으로 22일 끝난 PGA 챔피언십을 두고 미국 CNN은 이러한 한줄평을 남겼다. 투어 프로가 아닌 클럽 프로(골프장에서 회원들을 가르치는 강사)로서 대회 내내 인기몰이를 한 블록을 조명하면서였다.

이번 PGA 챔피언십의 깜짝 스타는 단연 블록이다. 개막 전까지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지만,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활약이 거듭되면서 현지 언론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우승자 브룩스 켑카(33·미국)를 향한 스포트라이트마저 모두 빼앗아 올 정도였다.

1976년생으로 올해 47살인 블록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미션비에호의 아로요 트라부코 골프장에서 헤드 프로로 일하고 있다. 일반 연습장에서 볼 수 있는 골프 강사진의 대장인 셈이다.

그렇다면 선수가 아닌 골프 선생님이 어떻게 세계적인 남자골프 메이저대회에서 주목을 받았을까. PGA 챔피언십은 흔히 알고 있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아닌 레슨 프로 중심의 미국프로골프협회(PGA 오브 아메리카)가 주관한다. 원래 PGA 오브 아메리카가 지금의 PGA 투어도 관장했지만, 시장이 커진 투어 프로들이 독립을 요구하면서 1968년 말 PGA 투어라는 이름의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다. 자연스레 PGA 오브 아메리카는 레슨 프로 중심으로 재편됐다. 이렇게 조직은 분리됐지만, 1916년 출범한 PGA 챔피언십의 역사는 그대로 계승됐다. PGA 오브 아메리카가 명맥을 이었다. 또,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클럽 프로 20명에게 매년 출전권을 주는 방식으로 소속 회원들의 권리도 함께 지켰다. 블록도 이 카드를 받았다.

블록은 악명 높은 오크힐 코스에서 연일 선전했다. 1라운드와 2라운드까지 계속 이븐파 70타를 기록해 공동 10위로 컷을 통과했다. 또, 3라운드에서도 이븐파를 작성해 순위를 공동 8위로 끌어올렸다. 현지 언론은 “블록이 70타의 기적을 써 내려가고 있다”고 했다.

백미는 최종라운드였다. 전반 보기 2개로 주춤하던 블록. 그런데 151야드짜리 15번 홀(파3)에서 깜짝 홀인원이 나왔다. 티샷이 덩크슛처럼 그대로 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워낙 눈 깜짝할 사이 일어난 일이라 본인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상황. 갤러리들의 환호성을 듣고 나서야 홀인원이 나왔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동반자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로부터 축하를 받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블록은 이번 대회를 1오버파 281타 공동 15위로 마쳤다. 뒤에는 공동 18위 패트릭 리드(33), 공동 26위 콜린 모리카와(26), 공동 29위 조던 스피스(30·이상 미국) 등 쟁쟁한 역대 메이저대회 챔피언들이 자리했다.

블록에게 돌아간 상금 3억8000만 원도 화제를 모았다. 블록은 평소 골프장에서 45분간 레슨을 하면서 16만 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회 기간 인터뷰에서 “액수가 업데이트되지 않았더라. 정확히는 1시간당 150달러(20만 원)다”고 이를 직접 수정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즈는 “이번 대회에서 스타가 된 블록은 거의 모든 팬들에게 사인을 해줬다. 또, 자기비하적인 답변으로 취재진을 웃게 만들었다”고 했다.

레슨 프로로서 새 역사도 썼다. 21세기로 들어선 뒤 PGA 챔피언십에서 최고 성적을 낸 클럽 프로는 2005년 공동 40위를 기록한 스티브 슈나이터(60·캐나다)였다. 블록은 “나는 꿈을 꾸고 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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