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필립 미국 하버드대 교수. 사진 하버드대
김필립(55)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미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 메달(Benjamin Franklin Medal)을 받았다. 22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 따르면 김 교수는 미국 프랭클린연구소로부터 원자 한 개 두께로 구성된 신물질 ‘그래핀’을 선구적으로 발견한 공로로 올해 물리학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 교수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학생과 연구진을 대표해 상을 받은 것”이라며 “그래핀은 독특한 물리적 현상을 갖고 있고, 그 뒤에 발견된 물질의 연구에서도 실용적으로 쓰일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1·2차원 등 저차원 물질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저차원 물질의 이종 결합을 통해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1824년 제정된 벤저민 프랭클린 메달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과학·공학 분야 상이다. 올해 199회째로, 시상식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 필라델피아에서 열렸다. 수상자에겐 상금 1만 달러(약 1300만원)와 14K 금메달이 주어진다. 지금까지 토머스 에디슨과 마리 퀴리, 알버트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 고든 무어, 빌 게이츠 등이 수상했다. 이 상을 받은 뒤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도 122명에 달해 ‘노벨상 관문’으로도 불린다.
김 교수가 규명한 그래핀은 ‘꿈의 신소재’란 별명을 가진 물질이다. 흑연의 한 층으로, 탄소 원자가 평면에 육각형으로 연결된 투명 소재다. 두께는 종이보다 100만 배 얇은 0.33나노미터(㎚) 밖에 되지 않지만 강도는 강철보다 100~300배 뛰어나다. 열 전도성도 우수하고 전자 이동속도는 반도체인 실리콘보다 140배 이상 빠르다. 김 교수는 2005년 과학저널 네이처에 그래핀의 물리적 특성을 처음으로 규명한 논문을 게재하며 전 세계 물리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영국 맨체스터대의 안드레 가임 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교수가 흑연 덩어리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떼어내는 방식으로 그래핀을 분리하는 데 성공해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당시 네이처는 노벨위원회의 수상자 선정에 대한 비판 기사를 실으며, ‘김 교수가 공동 수상자가 돼야 했었다’는 주장을 싣기도 했다.
한편 김 교수는 한국인 과학자 중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꼽힌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했고,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컬럼비아대 교수를 거쳐 2014년부터 하버드대에 재직 중이다. 최근엔 한국인으로 여섯 번째로 미국 국립과학원(NAS) 외국인 회원에 선출되기도 했다. 삼성호암상 과학상(2008년)과 IBM 교수상(2009년), 토마소니 치세시상(2018년) 등을 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