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번째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얻은 브룩스 켑카. USA TODAY Sports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가 다섯 번째 사냥감을 잡았다.
켑카는 2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의 오크힐 골프장에서 끝난 남자 골프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3언더파 67타, 합계 9언더파로 스코티 셰플러와 빅토르 호블란을 두 타 차로 제쳤다.
켑카는 메이저대회에서 5승을 넘긴 20번째 선수가 됐다. PGA 챔피언십은 2018년과 2019년에 이어 3승째를 기록했다. PGA 챔피언십이 스트로크 경기로 바뀐 이후 3승 이상 거둔 선수는 타이거 우즈와 잭 니클라우스, 켑카 뿐이다.
전날 악천후 속에서 4언더파 66타를 친 켑카는 2, 3, 4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3타 차 선두를 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한 호블란드가 한 타 차로 추격했다.
16번 홀에서 승부가 갈렸다. 호블란드는 페어웨이 벙커에서 친 샷이 벙커 턱에 박히면서 빠져나오지 못해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켑카는 두 번째 샷을 핀에 붙여 버디를 잡았다. 타수 차가 4타로 벌어져 경기는 사실상 끝났다.
켑카의 우승으로 사우디 오일머니 후원의 LIV 선수가 첫 메이저 우승을 기록했다. 지난해 디 오픈에서 캐머런 스미스가 우승했으나 당시는 PGA 투어에서 뛰고 있었고 직후 배를 갈아탔다.
PGA와 PGA 투어는 LIV 선수인 켑카의 우승을 그리 반기지 않는 듯 했다. 우승 리더보드는 평소보다 늦게 올라왔다. 클럽 프로(레슨 프로)로 공동 15위의 성적을 낸 신데렐라 마이클 블록을 자주 보여줬다. 우승자에 대한 조명은 평소보다 적었다.
지난해 초까지 켑카는 “LIV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해 6월 갑자기 LIV골프로 떠났다. 사람들은 그를 배신자, 거짓말쟁이로 여겼다.
무릎이 아팠다고 한다. 켑카는 2021년 초 무릎 수술을 하고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스터스에 참가해 부상이 악화됐다. 아픈 무릎으로 PGA 투어에서 버티기 어렵다고 여긴 듯하다.

브룩스 켑카. AP=연합뉴스
지난해 4월 마스터스 기간 촬영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풀스윙'에서 켑카는 “솔직히 말하면 매일 63타씩 치는 스코티 셰플러 같은 젊은 선수들과 더 이상 경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신감에 넘치던 켑카는 풀이 죽어 있었다.
지난 달 열린 마스터스 기간 중 켑카는 “지금은 웃으며 말하지만 고통스러웠다. 무릎이 아파 침대에서 나오는 데 15분이 걸렸으며 물리치료사가 무릎을 구부리려고 할 때 수건을 물고 울었다”고 했다. 켑카는 또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타이거 우즈의 고통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켑카는 경기 수가 적은 LIV에서 서서히 몸을 회복해 건강과 실력이 돌아왔다. 그는 “올 초부터 몸이 좋아졌다”고 했다. LIV에서 2승을 했다. 지난 4월 열린 마스터스에서 최종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했다가 존 람에게 역전패했다. 긴장해서 무너졌다고 평가한 켑카는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해결방법을 생각해냈다고 한다.
마스터스에서 너무나 수비적으로 경기한 것이 문제인 것으로 판단한 걸로 보인다. 이날 켑카는 비 때문에 물러진 그린에 힘입어 핀을 직접 공략했다. 또한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켑카는 매우 특이한 선수다. 그는 일반 PGA 투어 우승이 4승에 불과한데 메이저 우승이 5승이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켑카의 메이저대회 최종라운드 평균 스코어는 68.9다. 타이거 우즈를 포함, 누구도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메이저 대회는 일반 대회보다 우승하기 훨씬 어렵다.

브룩스 켑카. AFP=연합뉴스
뛰어난 선수가 빠짐없이 참가하고, 코스는 어려우며, 부담감은 심하다. PGA 투어 일반 대회에서 9승을 했지만, 메이저 우승컵이 없는 매트 쿠차처럼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고 선수 생활을 끝내는 선수가 부지기수다. 켑카는 반대다.
운동을 많이 해 허벅지가 굵고 어깨가 떡 벌어진 켑카는 긴 메이저 대회의 전장을 정복할 수 있는 장타를 친다. 다른 선수들은 5번 아이언을 칠 때 9번 아이언을 치기 때문에 러프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경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타자 치고는 정교하다. 헨릭 스텐손은 “코스가 어렵지 않으면 켑카의 장타와 강한 힘을 이용한 장기가 두드러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켑카는 대학 졸업 후 유럽 2부 투어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더 험한 길을 돌아왔다. 켑카는 “그 당시 전 세계 오지를 돌아다니면서 배운 것들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켑카는 25세인 2015년 PGA 투어에 입성했다. 그는 빨리 가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호블랜드와 스코티 셰플러가 7언더파 공동 2위다. 셰플러는 지난 11번의 메이저대회에서 톱 10에 7번 들었다. 로리 매킬로이는 2언더파 공동 7위다.
LIV 선수인 브라이슨 디섐보는 3언더파 공동 4위, 캐머런 스미스는 1언더파 공동 9위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