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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남자 "이순신 팬 됐다"…'한국 섬' 30곳 찾아갔다, 최애 3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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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마이클 깁이 한산도에서 촬영한 이순신 장군 동상. ⓒ마이클 깁 제공

마이클 깁이 한산도에서 촬영한 이순신 장군 동상. ⓒ마이클 깁 제공

영국인 마이클 깁이 MBTI 검사를 한다면 '극 I' 타입임에 틀림없다. 자칭 "찌질이 영국인(a British nerd)"라는 그는 "내향형인 사람들은 섬을 좋아한다"며 "다도해 국가인 한국은 내게 더없이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했다. 섬나라 영국에서 태어나 현재엔 또다른 섬나라 홍콩에 살고 있는 그는 한국에서 거주했던 수 년 동안 한국의 섬을 30 곳 넘게 여행했다. 그 결과물이 최근 번역본으로 출간된 『코리안 오디세이: 거친 바다를 건너 한국의 섬을 여행하다』란 책이다.

마이클 깁. 한국의 섬을 어지간한 한국인보다 많이 다녔다. ⓒ마이클 깁 제공

마이클 깁. 한국의 섬을 어지간한 한국인보다 많이 다녔다. ⓒ마이클 깁 제공

제목 그대로, 그가 1년 간 맘 먹고 여객선을 타고 찾아간 한국 섬과 섬 사람들 이야기를 담았다. 영국인이 쓴 '그 섬에 가고 싶다' 격이다. 북쪽 끝 백령도부터 남쪽 끝 마라도까지, 그의 발길이 닿은 다채로운 섬 이야기는 때론 솔직하고 때론 눈물겹다. 그는 중앙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의 매력은 영화 '기생충'이나 삼성 스마트폰, 가수 싸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며 "불현듯 한국의 매력을 내가 좋아하는 섬 이야기로 체험하고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런던 근교에서 태어나 배우 및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다 1990년 초와 2000년대 한국에서 언론 및 방송계에서 활약했다. 한국인과 결혼해 '보리'라는 이름의 딸을 키운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영국인 마이클 깁이 한국의 섬 30곳 이상을 여행하며 모은 승선권들. ⓒ마이클 깁 제공

영국인 마이클 깁이 한국의 섬 30곳 이상을 여행하며 모은 승선권들. ⓒ마이클 깁 제공

왜 섬인가.  
"나처럼 내향형 인간들은 섬을 좋아한다. 섬은 대륙과 달리, 그 경계를 가늠할 수 있으면서도 언제든 마음을 먹으면 대륙에 건너갈 수도 있으니 마음의 안정을 준다. 섬의 해안가는 특히 낭만적인데, 대륙의 끝이자 바다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바다는 위험하면서도 아름답다. 바다와 대륙 사이의 모든 것을 갖춘 섬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나."  
30곳이 넘는 섬을 다녔는데, 웬만한 한국인을 능가하는 기록일 듯 하다.
"적어도 외국인 중에선 나만큼 한국의 섬을 다닌 사람은 없는 것 같다. 한국에서 여객선 평생 탑승권이라고 선물로 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다(웃음). 홍콩에 살고 있는 지금도 한국의 사계절과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그립다."  
가거도로 향하던 배에서 찍은 사진. 마이클 깁의 인생 모토이기도 하다. ⓒ마이클 깁 제공

가거도로 향하던 배에서 찍은 사진. 마이클 깁의 인생 모토이기도 하다. ⓒ마이클 깁 제공

1990년대의 한국과 21세기의 한국은 어떻게 다른가.  
"글쎄, 내가 보기에 한국 자체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가 점점 더 한국의 가치를 알아봤다고 본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음식이며 화장품 쇼핑을 위해 한국에 오지만, 그건 한국 매력의 극히 일부일뿐이다. 그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으면서도 나만 알고 싶기도 한 복잡한 마음이 든다(웃음)."  
마이클 깁이 쓴『코리안 오디세이』 표지. [객Gaek 출판사]

마이클 깁이 쓴『코리안 오디세이』 표지. [객Gaek 출판사]

다녀본 섬 중 세 곳을 꼽는다면.  
"백령도와 청산도 그리고 한산도 세 곳을 꼽겠다. 백령도는 참 특이한 곳이다. 한국에서 떨어진 한국인데 북한에 제일 가까운 곳이니까. 남과 북을 모두 연결하는 온갖 이야기들이 가득한 곳이고 '심청' 이야기 역시 백령도에 뿌리를 갖고 있다. 섬 매니어로서 백령도는 내게 천국과 같다. 청산도는 영화 '서편제'에 등장해서 잘 알게 됐고, 한산도는 물론 이순신 장군의 스토리 덕분에 좋아하게 됐다. 이순신의 '난중일기' 등을 읽으며 그의 팬이 됐다. 그가 지었다는 이 시('한산도가') 역시 좋아한다. '한산섬 달 밝은 밤/수루에 홀로 앉아/큰 칼 옆에 차고/깊은 시름 하는 차에/어디서 일성호가는/깊은 시름 더하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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