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남아도는 교육교부금…‘내국세 20.79% 고정’ 바꿀 때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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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학생 수 감소로 올해 폐교한 서울 광진구의 화양초등학교. 강정현 기자

학생 수 감소로 올해 폐교한 서울 광진구의 화양초등학교. 강정현 기자

어제 공개된 지방 교육재정 세입·세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약 7조5000억원의 잉여금이 발생했다. 2014년 3조7000억원에서 2배가 됐다. 이렇게 쌓인 적립금이 22조원이 넘는다. 17개 시도 교육청에 배분되는 교육재정 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로 고정돼 있어 경제성장과 함께 늘어난다. 반면에 학생 수는 줄어 세입·세출의 불균형은 계속 커지고 있다.

교육청에선 수년째 돈이 넘쳐 제대로 관리가 안 되고 있다. 2021년 인천에선 신입 중학생들에게 노트북을 나눠주느라 300억원을, 서울은 태블릿PC 지급에 600억원을 썼다. 지난해에도 지역마다 멀쩡한 교실을 뜯어고치는 등 불필요한 예산을 쓰고 있다는 논란이 벌어졌다.

1972년 도입된 교육교부금은 산업화 시대의 제도다. 도입 당시만 해도 학생 수가 급격히 늘어 예산 확보가 중요했다. ‘교육보국(敎育報國)’이라는 말처럼 교육 투자는 국가 발전의 핵심 전략이었기 때문에 교부금 비율은 시행(11.8%)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1970년 100만 명을 넘긴 연간 출생아 수는 2020년 30만 명으로 급감했다. 학생 1인당 교부금은 2013년 625만원에서 2022년 1528만원으로 2.5배나 뛰었다(국회예산정책처).

덕분에 초·중·고 공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에 올랐다. 중·고생 1인당 공교육비(1만4978달러)는 OECD 국가 중 2위다. 그러나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1만1290달러)는 최하위권이다. 미국(3만4036달러), 영국(2만9911달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선진국 중 대학생 공교육비가 초등학생(1만2535달러)보다 작은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초·중·고 교육에 쓰이는 교육교부금을 내국세와 연동한 것은 산업화 시대에 필요한 인재의 기초역량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산업이 고도화할수록 고등교육 투자가 늘어야 하는데 지난 20년간 이를 방치하다시피했다. 그 결과 시도 교육청엔 예산이 넘치는데도, 지방대는 비가 새도 건물을 보수하지 못하고 전자도서 예산이 부족해 남의 아이디를 빌려 쓰는 실정이다.

지방 교육재정 역시 필요한 비용을 계산한 뒤 예산을 배정하거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제안처럼 교부금을 국내총생산(GDP)과 학령인구 비율과 연동해 산정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무엇이 됐든 심화하는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반영해 재정 운영을 효율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