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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시대 짠물쇼핑…유통기한 임박상품 인기몰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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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생수(500mL) 20병 4600원. 1.5L 콜라(1.5L) 6병 1900원. 홍삼스틱 100포 2만6500원-.

생수부터 할인율이 일반 상품과 견줘 각각 61%, 94%, 91%다. 모두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다루는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이다. 최대 90%대 할인율과 짧게는 1개월이 남은 유통기한이 공통점이다.

21일 유통가에 따르면 이처럼 유통기한에 다다른 상품들을 모아 판매하는 ‘임박몰’ ‘떠리몰’ ‘이유몰’ ‘리씽크몰’ 같은 이른바 ‘임박 상품’ 쇼핑몰이 성업 중이다. 먹거리 전반의 물가가 치솟자 보다 저렴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몰리면서다. 그동안 재고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B급’ 노트북·휴대폰 등 전자제품을 주로 판매했다면, 최근에는 밀키트·냉동식품 등 먹거리나 화장품 같은 생필품에 주목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게 특징이다.

이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7.9%였다. 외식 물가 상승률도 7.6%를 기록해 전월보다 0.2%포인트 올랐다.

외식·식료품 물가가 치솟자 ‘임박 상품몰’은 인기 급등세다. 임박몰의 경우 올해 1~4월 판매액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해 10% 상승했다. 재고 전문 쇼핑몰 ‘리씽크몰’의 푸드 카테고리 매출도 올해 1분기 기준 지난해 동기 대비 5배 이상 성장했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유통기한 임박 상품이나 재고 상품 카테고리를 확대하는 추세다. 티몬의 ‘리퍼임박마켓’이 대표적이다. 못난이 과일이나 B급 제품,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주로 취급한다. 11번가도 지난달 리퍼 제품 전문관 ‘리퍼블리’를 오픈했다.

티몬 관계자는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리퍼임박마켓의 올해 3월 매출은 3배, 구매 고객은 5배 급증했다”고 말했다.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주부 박모(38·서울 송파구)씨는 “식비를 줄이기 위해 임박 상품몰을 종종 찾는다”며 “멸균우유나 냉동 버터, 파스타, 과자류처럼 장기 보관해도 큰 문제가 없는 상품 위주로 고른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절약형 앱’ 설치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NHN데이터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이용자 2800만 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더니 지난해 하반기(10월) 대비 올해 상반기(4월) 설치 수 증가율이 높은 쇼핑앱 8개 중 5개가 ‘올웨이즈’ ‘떠리몰’ ‘미스할인’ 같은 공동구매·임박 상품 전문몰이었다.

집에서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간편식을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장보기 앱 ‘마켓컬리’는 올해 1~4월 치킨류 간편식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 늘었다고 이날 밝혔다. 치킨 두 마리를 9900원에 판매하는 ‘두마리99치킨’은 지난해 9월 출시해 6개월 만에 15만 마리 이상을 판매했다. 하루 820여 마리꼴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9900원 핫도그(10개들이)가 출시 한 달도 안 돼 3만5000개가 팔리는 등 최근에는 가격이 저렴한 아이템의 소비가 확 늘었다”고 말했다.

이른바 ‘누들(면)플레이션’ 조짐에 간편식 업체들도 여름 전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풀무원은 냉장면 카테고리에서 처음으로 생면을 넣은 ‘냉면 밀키트’를 선보였다. CJ제일제당도 간판 냉면 간편식 제품 ‘동치미 물냉면’ ‘함흥 비빔냉면’ 등을 중심으로 다음 달 초 할인 기획전을 예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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