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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봄데’ 아니다, 사직노래방 6.5만명 떼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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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가 맞붙은 지난 20일 만원 관중이 들어찬 부산 사직야구장. ‘봄데’로 불리던 롯데가 5월 중순이 돼서도 SSG, LG 트윈스와 함께 선두권을 유지하면서 부산 팬들이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가 맞붙은 지난 20일 만원 관중이 들어찬 부산 사직야구장. ‘봄데’로 불리던 롯데가 5월 중순이 돼서도 SSG, LG 트윈스와 함께 선두권을 유지하면서 부산 팬들이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가 맞붙은 21일 부산 사직야구장.

경기 시작 두 시간 전인 오후 4시30분부터 야구장 주변은 떠들썩했다. 선두를 다투는 두 팀의 대결은 ‘5월의 한국시리즈’로 기대를 모았다. 3연전(19~21일) 내내 ‘티켓 구하기 전쟁’으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19일엔 올 시즌 주중 경기 최다 관중(1만9011명)이 입장했고, 20, 21일엔 2만2990석이 모두 팔려나가 만원 관중을 기록했다.

해마다 롯데는 ‘봄데’라는 달갑잖은 별명으로 불리곤 했다. 3월 시범경기에서 가장 많이 1위(11회)에 올랐고, 4월까지도 잘 나가지만, 봄철만 지나면 급격히 순위가 떨어진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지난해에도 4월을 2위로 마감했지만, 5월 들어 승률이 3할대로 뚝 떨어졌다. 결국 2018년 이후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시즌 초반 롯데 자이언츠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래리 서튼 감독. [사진 롯데 자이언츠]

시즌 초반 롯데 자이언츠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래리 서튼 감독. [사진 롯데 자이언츠]

그렇지만 올해는 다르다. 지난달 20일 KIA 타이거즈전을 시작으로 9연승을 달렸다.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 시절인 2008년 이후 무려 15년 만에 맛본 연승 행진이다. 내친김에 1위에도 올랐다. 20경기 이상 치른 뒤 롯데가 선두로 나선 건 2012년 7월 이후 처음이었다. 5월 중순이 돼서도 롯데는 SSG, LG 트윈스와 함께 ‘3강’ 체제를 유지 중이다.

홈인 부산에서 열린 이번 3연전 기간 롯데는 입장권 가격을 평소보다 1만1000원 올려 받았다. 내야석(상단)의 경우 평소 주말 가격은 1만7000원이지만, 21일엔 2만8000원에 입장권을 팔았다. 대신 입장객 전원에게 붉은색 동백 유니폼을 선물했다. 선수와 관중까지 모두 동백 유니폼을 입은 덕분에 사직구장은 붉은 물결로 가득했다. 원정팀 SSG 선수단은 롯데를 배려해 초록색 대체 유니폼을 착용했다.

‘지구 최대의 노래방’이라는 별명답게 사직구장에선 사흘 내내 응원가가 끊이질 않았다. 2만여 명이 한 목소리로 노래하고, 함께 춤추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빠바바바바바~’로 시작하는 노래 ‘부산 갈매기’를 떼창하는 장면이 하이라이트였다. 가수 문성재가 1982년 발표한 이 곡은 프로야구 롯데의 주제가나 다름없다.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롯데 팬들이 함께 불렀다. 지난 2018년 이후 저작권 문제로 사용하지 못하다가 저작권자와의 협의를 거쳐 올해부터 다시 부를 수 있게 됐다. 곧이어 사직구장에는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울려 퍼졌다. 친환경 정책으로 인해 ‘신문지 응원’과 ‘봉다리(쓰레기 봉투) 응원’은 사라졌지만, 롯데 팬들은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르며 야구의 묘미를 만끽했다.

롯데 투수 나균안은 “사직구장 분위기는 항상 뜨겁다. 올해는 팀 성적이 좋아 더 많이 사랑해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롯데 구단 역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유니폼을 비롯한 구단 상품 판매량과 구장 내 식음료 매출이 각각 60%와 23% 늘었다.

사직구장을 찾은 초등학생 팬 이시언(8) 군은 “2021년 처음 사직구장을 찾았는데 야구가 정말 재밌어서 푹 빠졌다. 응원이 제일 재밌다”면서 “올해는 2위 정도로 가을 야구에 나가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2023 KBO리그 팀순위(21일 현재)

2023 KBO리그 팀순위(21일 현재)

롯데는 3연전 첫 경기를 잡고 1위로 올라섰지만, 20일 0-5 패배에 이어 21일에도 SSG에 3-6으로 져 3위로 내려앉았다. 그래도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부산 팬들의 뜨거운 응원은 멈출 줄 몰랐다.

잠실에선 LG 트윈스가 한화 이글스를 4-1로 꺾고, 4연승을 달리며 공동 1위를 달렸다. LG 선발 김윤식은 6이닝 무실점해 시즌 3승(1패)째를 거뒀다. KT 위즈는 4타수 2안타(1홈런) 4타점을 올린 장성우를 앞세워 두산 베어스를 7-3으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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