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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룩퍼트’ 극약처방, 백석현 15년 만에 첫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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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KPGA 코리안 투어 SK텔레콤 오픈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추는 백석현. 17세에 프로가 된 그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1부 투어에서 우승하는 기쁨을 누렸다. [사진 KPGA]

KPGA 코리안 투어 SK텔레콤 오픈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추는 백석현. 17세에 프로가 된 그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1부 투어에서 우승하는 기쁨을 누렸다. [사진 KPGA]

별명이 ‘백%(프로)’인 백석현(32)이 21일 제주 서귀포의 핀크스GC(파71)에서 벌어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2언더파 69타, 합계 13언더파로 이태훈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기록했다. 만 17세에 프로가 돼 15년 만에 얻은 첫 1부 투어 우승이다.

우승 길이 쉽지 않았다. 1990년 인천 태생인 백석현은 중학교 때 태국으로 건너가 2008년 프로가 됐다. 2013년 아시안 투어 상금 순위 9위에 올랐고 2014년에는 인도네시안 마스터스에서 전 세계랭킹 1위 캐머런 스미스, 아니르반 라히리와 우승 경쟁을 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공익근무를 앞두고는 체중이 140㎏까지 늘었다. 2019년 공익 근무 중 62kg을 감량했다고 한다. 지금은 좀 늘었다. 백석현은 “시즌 중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스타일이어서 좀 찐다. 지난 3개월 간 몸무게를 재지 않았는데 마지막 잴 때 95㎏이었다”고 했다.

2021년 코리안 투어로 무대를 옮긴 이후 2년 만에 첫 우승을 경험한 백석현은 “너무 행복하다. 부모님과 장모님, 장인어른께 감사하고 와이프에게도 고맙다. 멋있는 남편이 되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백석현

백석현

백석현은 16번 홀까지 2타 차로 앞섰으나 17번 홀에서 토핑을 내면서 티샷을 깊은 러프에 빠뜨려 보기를 했다. 추격자인 이태훈도 보기를 하면서 2타 차가 유지됐다. 마지막 홀 백석현의 티샷은 오른쪽으로 날아가 물에 빠졌다. 백석현은 “바람이 많이 부는 상황이라 3번 우드를 치고 세컨드샷을 미들 아이언으로 치면 편하게 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물러서면 안 되겠다 싶어 드라이버를 친 게 실수가 됐다”고 말했다.

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은 그린을 넘어가 벙커에 빠졌다. 내리막 벙커샷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백석현은 벙커샷을 핀 50㎝ 옆에 붙여 보기로 마무리하며 우승했다. 백석현은 “벙커샷은 내 인생 최고였다. 다시 치라고 해도 절대 그렇게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석현은 이번 대회에서 볼 대신 홀을 보고 퍼트하는 ‘노룩’(no look) 퍼트를 했다. 전 세계 랭킹 1위 조던 스피스도 가끔 활용하는 방식이다.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2020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에서 눈을 감고 퍼트해 우승했다. 백석현은 “한국에 돌아온 후 퍼트 불안감에 시달렸다. 극약처방으로 볼을 보지 않고 퍼트를 하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잘 됐다. 첫날 9언더파를 치면서 단독 선두에 올랐다. 스트레스가 심해진 마지막 날에는 볼을 봤다가 보지 않았다가 왔다 갔다 했다. 백석현은 “1~3번 홀에서 노룩 퍼트로 파세이브를 했고 4번 홀에서 이글을 해 안정을 찾았다”고 말했다. 너무 떨리거나 내리막 퍼트일 때는 공을 봤다고 한다.

백석현은 “오늘 7~8언더파를 쳐야 했는데 퍼트가 안 돼 2언더파에 그쳤다”고 했다. 긴장감이 극에 달한 마지막 퍼트는 노룩퍼트였다. 그는 “손이 떨려 아무것도 보지 못하겠더라. 내 손만 보고 퍼트를 했는데 들어갔다”고 말했다.

백석현은 우승 상금 2억6000만원을 받았고 2027년까지 코리안 투어 시드를 확보했다. 지난해 우승자 김비오는 10언더파 공동 3위를 했다. 공동 선두로 출발한 ‘낚시꾼 스윙’ 최호성은 4타를 잃어 7언더파 공동 11위로 밀렸다. 대회 공동집행위원장 최경주는 5언더파 공동 19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번 대회는 AI를 이용한 중계로 주목 받았다.

같은 날 강원도 춘천시 라데나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선 성유진(23)이 결승전에서 2000년생 동갑내기 친구 박현경(23)을 4&3(3홀 남기고 4홀 차이 승리)로 물리쳤다. 2019년 데뷔 후 통산 2승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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