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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마지막 헤어진 날" 2년째 빈소 지키는 이예람 중사 유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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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튀김, 조개구이, 돈까스…’
21일, 고(故) 이예람 중사가 잠든 영안실 문 앞에 작은 폴라로이드 사진이 붙었다. 이 중사의 사촌동생들이 이 중사가 생전 좋아하던 음식 사진들을 인화해 둔 것이었다. 친척들이 가져온 새 꽃 사이사이엔 이 중사의 어머니 박순정 씨가 쓴 편지가 꽂혔다. “우리 딸을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만나고 헤어진 날이구나.”

고(故) 이예람 중사의 2주기를 맞아 21일, 이 중사의 사촌동생들이 이 중사가 생전 좋아하던 음식을 인화해 영안실에 붙였다. 이 중사는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 냉동고에 안치돼 있다. 최서인 기자

고(故) 이예람 중사의 2주기를 맞아 21일, 이 중사의 사촌동생들이 이 중사가 생전 좋아하던 음식을 인화해 영안실에 붙였다. 이 중사는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 냉동고에 안치돼 있다. 최서인 기자

이날은 2021년 공군 복무중 상관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이 중사의 2주기다. 이 중사는 그해 3월 피해 사실을 군에 알렸지만, 사건 은폐를 종용당하고 2차 가해에 시달리다 같은 해 5월 21일 유서와 함께 숨진채 발견됐다. 지난해 1주기 땐 추도식이 열려 여야 국회의원과 공군·국방부 관계자 등이 대거 찾아 떠들썩했지만, 2주기를 맞은 이날 장례식장은 텅 비고 적막했다.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는 “공군이나 국방부 등에서 찾아오겠다는 연락이 왔지만 2주기는 가족들 20여명과 같이 조용히 지내기로 했다”며 “친척들끼리 기일제를 지내고 예람이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조용히 보냈다”고 말했다.

이 중사의 어머니 박순정 씨가 2주기를 맞아 이 중사에게 쓴 편지. 최서인 기자

이 중사의 어머니 박순정 씨가 2주기를 맞아 이 중사에게 쓴 편지. 최서인 기자

“1주기 때만 해도  2주기가 되면 더 목소리 높일 일이 없겠다고 생각했다”는 이씨는 “뜻밖에도 지난 1년간 분노가 더 커졌다”고 한다.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이 이 중사 관련 기밀 정보를 자신에게 전달한 군무원 양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잘못됐다고 검사에게 추궁하는 등 수사에 개입하려 한 등의 혐의(면담강요) 기소돼 6월 29일 선고를 앞두고 있어서다. 이씨는 “새로운 사실들이 노골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오히려 더 분노가 더 심해졌다”고 했다.

그는 “예람이 사건 이후 비극이 멈추리라고 생각했지만 군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며 군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특히 이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지난해 4월 성추행 사건이 또 벌어진 데 대해 그는 분개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후임 여성 하사 A씨에게 “확진자 침을 핥으라”고 강요하고, 안마를 핑계로 성추행한 등의 혐의로 강모(45)씨에게 지난 4월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당시 피해자 A씨가 군 검찰에서 다른 사건으로 별도 수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2차 가해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씨는 “군에는 경찰만 남기고, 군사검찰과 법원은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고등군사법원이 폐지돼 군에서 2심을 진행하지 않지만 그걸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이씨는 “1심에서 무죄나 증거불충분으로 묶어두거나, 수사 단계에서 사건을 무마하는 등의 꼼수가 여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다가올 재판에서 납득할 만한 판결이 나오면 장례를 치를 생각”이라며 “옳은 결과가 나올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고(故) 이예람 중사 2주기인 21일 오후,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가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빈소를 지키고 있다. 최서인 기자

고(故) 이예람 중사 2주기인 21일 오후,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가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빈소를 지키고 있다. 최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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