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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다 뒤져도 없던 '포니 도면' 찾아줬다…정의선이 쏜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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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현대자동차가 1974년 ‘최초로 개발’했던 포니 쿠페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이탈리아 디자인 업체의 마스터 설계도 제공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니 쿠페는 국내 최초의 고유 모델인 포니(1975년)보다 앞서 선보인 차종이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그룹의 헤리티지(유산) 계승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2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에서 열린 ‘현대 리니온’ 행사에서 공개한 포니 쿠페 복원 과정에서 가장 난제는 마스터 설계도의 부재였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년여의 복원 과정은 신차 개발에 버금갈 만큼 오랜 시간이 투자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이탈리에서 열린 코르소 델레간차 빌라데스테 2023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으로 현대차가 선보인 수소 하이브리드 자동차 엔 비전(N Vision) 74가 전시돼 있다. 배터리 모터와 수소연료전지를 결합한 이 차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4초 이하가 걸린다. 사진 현대차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이탈리에서 열린 코르소 델레간차 빌라데스테 2023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으로 현대차가 선보인 수소 하이브리드 자동차 엔 비전(N Vision) 74가 전시돼 있다. 배터리 모터와 수소연료전지를 결합한 이 차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4초 이하가 걸린다. 사진 현대차

마스터 설계도는 신차 개발 때 차체 내·외부와 실내 인테리어 등을 밀리미터(㎜) 단위로 기록한 도면이다. 74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선보인 포니 쿠페도 마스터 설계도를 남겼는데, 이게 없으면 반쪽짜리 복원에 그치는 상황이었다.

현대차는 이번 복원 과정에서 남양연구소 디자인센터에 전담 직원을 두고 설계도 확보에 공을 들였다. 퇴직한 연구진에도 ‘SOS’도 보냈다. 전·현직 임직원이 총출동해 연구소 곳곳을 뒤졌으나 끝내 설계도를 찾지 못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연구소가 풍수해를 당했을 때 도면이 유실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복원한 포니 쿠페 실내 모습. 설계도 원본을 확보해 1974년 컨셉트카 그대로를 복원했다. 포니 쿠페 마스터 설계도는 이탈리아에서 원본을 확보해 한국으로 가져왔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가 복원한 포니 쿠페 실내 모습. 설계도 원본을 확보해 1974년 컨셉트카 그대로를 복원했다. 포니 쿠페 마스터 설계도는 이탈리아에서 원본을 확보해 한국으로 가져왔다. 사진 현대차

설계도 확보는 ‘포니의 고향’ 이탈리아에서 실마리가 풀렸다. 전직 현대차 임원에 따르면 현대차는 포니 쿠페 디자인을 맡았던 이탈디자인 측에 연락을 했고 “설계도를 보관하고 있다”는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지난해 11월 포니 쿠페 디자이너인 조르제토 주지아로 이탈디자인 창업자가 방한하면서 포니 쿠페 복원은 급물살을 탔다. 주지아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나 “(설계도를 전하는 대가로) 아이오닉5 한 대는 받아야겠다”며 농담을 했는데, 정 회장이 즉석에서 “선물로 드리고 싶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주지아로가 아이오닉5를 언급한 건 ‘포니 디자인을 계승한 전기차라서’였다고 한다.

정 회장은 포니 쿠페 복원에 ‘진심’이었다고 한다. 그는 ‘포니 헤리티지 세미나’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발표부터 일문일답까지 주요 내용을 경청했다고 한다. 지난 18일 행사장에서는 “정주영 선대회장과 정세영 회장, 정몽구 명예회장 그리고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오늘날 우리가 있다”며 “우리 내부에서도 노력을 했다는 좋은 기억이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가 이탈리에서 열린 코르소 델레간차 빌라데스테 2023에 전시한 수소 하이브리드 자동차 엔 비전(N Vision) 74. 쐬기 모양 앞모습 등은 포니 쿠페에서 가져왔다. 배터리 모터와 수소연료전지를 결합한 이 차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4초 이하가 걸린다.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가 이탈리에서 열린 코르소 델레간차 빌라데스테 2023에 전시한 수소 하이브리드 자동차 엔 비전(N Vision) 74. 쐬기 모양 앞모습 등은 포니 쿠페에서 가져왔다. 배터리 모터와 수소연료전지를 결합한 이 차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4초 이하가 걸린다.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는 포니 쿠페를 시작으로 헤리티지 복원에 시동을 걸었다. 이달 20~21일(현지시간) 레이크 코모에서 열린 클래식카·콘셉트카 전시회 ‘콩코르소 델레간차 빌라 데스테 2023’에서 N 비전 74를 전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8일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에서 현대 리유니온 행사를 열고 포니 쿠페 복원 모델을 최초로 공개했다. 포니 쿠페 복원 차량에 탑승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디자이너인 조르제토 주지아로. 사진 현대차

현대자동차는 지난 18일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에서 현대 리유니온 행사를 열고 포니 쿠페 복원 모델을 최초로 공개했다. 포니 쿠페 복원 차량에 탑승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디자이너인 조르제토 주지아로. 사진 현대차

포니 쿠페에서 영감을 얻은 쐐기 모양 디자인이 특징인 N 비전 74는, 전동화 이후를 바라보는 현대차의 고성능 미래 비전을 담은 차량이다. 듀얼 모터는 출력 680마력,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내는 데 4초 이하다. 한 번 충전으로 600㎞를 달릴 수 있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사장은 “현대차는 고유의 유산에서 얻은 영감을 토대로 새로운 형태의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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