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성장률 전망 1.6% 흔들린다…하반기 '상저하중'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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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6개월째 유지하고 있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 전망치(1.6%)가 흔들린다. 상반기에 경기가 침체하다 하반기 들어 반등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에 기댔는데, 하반기 반등이 예상에 못 미칠 수 있어서다. ‘상저하중(上低下中)’에 가까울 것이란 진단이 힘을 얻고 있다.

2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경제전망 기관은 최근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줄줄이 내려 잡았다. 가장 최근인 19일엔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두 달 만에 성장률 전망을 기존 1.6%에서 1.5%로 내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3일 성장률 전망을 기존 1.4%에서 1.1%로 수정했다. 앞서 올 3월 피치도 올해 성장률을 기존 1.9%에서 1.2%로 0.7%포인트 낮췄다.

지난달엔 국제통화기금(IMF)이 성장률 전망을 기존 1.7%에서 1.5%로 하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6%)나 아시아개발은행(ADB·1.5%)도 마찬가지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달 말 기준 골드만삭스나 JP모건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의 성장률 전망치 평균을 1.1%로 집계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1%대 초중반이 올해 성장률 전망의 ‘대세’인 셈이다. 정부와 마찬가지로 1.6% 성장을 전망한 한국은행마저 한발 물러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5일 ‘수정 경제전망’ 발표를 앞두고 “올해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인 1.6%보다 소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성장률 전망을 낮춘 건 5월 하순인 현재까지도 각종 지표가 부정적이라서다. 특히 지난달 반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41% 줄었다. 3월(-34.5%)보다 수출 감소 폭을 키웠다. 업계에선 반도체 경기가 2~3분기에 ‘저점’을 찍고 하반기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저점 시기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이 10% 줄면 GDP는 0.78% 감소한다.

중국의 리오프닝(방역 완화) 효과도 기대에 못 미친다. 중국은 생산·소비·투자가 예상치를 밑도는 상황에서 최근 달러당 7위안 선이 깨지는 ‘포치(破七)’가 나타나는 등 악재가 겹쳤다. 중국 경제의 회복 강도가 약한 만큼 11개월째 줄어든 대중 수출의 전망도 어둡다. 정규철 KDI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와 중국 경기 회복이 생각과 다르게 갈 경우 1.5% 성장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안 좋은 시나리오에서는 1%대 초반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대외 악재가 이어지는데 경기 상승의 ‘마중물’격인 재정 집행마저 긴축할 위기다. 올 1분기에만 1년 전보다 24조원 줄어든 국세 수입(세수) 때문이다. 정부는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재정 집행을 미루는 ‘불용(不用)’을 검토하고 있다. 상반기에만 연간 예산의 65% 집행할 예정이라 하반기 재정을 쏟을 여력이 많지 않은데 그마저 줄일 경우 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초 예상보다 하반기 경기 반등 폭이 작을 수 있다”며 “불용으로 재정 공백마저 발생하면, 정부가 목표한 올해 성장률을 달성할 가능성이 더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반기 경기가 회복하더라도 반등 폭이 크지 않을 경우 국민이 체감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에 올해 1.6% 성장을 전망했다. 이후 6개월째 수치를 바꾸지 않았다. 전망 당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정책 의지를 담아 (성장률) 전망 수치를 높이지 말고, 현재 가진 데이터를 통해 진솔하게 보여주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정부가 보수적으로 전망한 성장률이 결과적으로 가장 낙관적인 수치로 남아있는 셈이다. 기재부는 6월 말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수정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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