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그들은 꽃을 피웠다, 파도치는 검은 바위 생명들

  • 카드 발행 일시2023.05.22

바다와 맞닿은 검디검은 바위에 뭔가 비칩니다.
뭣 하나 살지 않을 것만 같은 돌덩이에 말입니다.

구멍 숭숭 난 거친 돌덩이인 데다
짠 바닷물이 들이치기 십상이니
무엇이든 예서 살아내기 쉽지 않을 터입니다.

그런데도 용케 살아내는 무엇들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파도를 실어 나르는 바람에 하늘거리는 그것들을 보러
검은 바위로 발길을 내디뎠습니다.

검은 바위가 바다와 맞닿은 해변은 제주 섭지코지 해변입니다.
‘코지’는 ‘바다로 뻗어 나온 곶’이란 의미가 있습니다.
그 바다로 뻗어 나간 것이 바로 검은 현무암입니다.

먼저 거친 현무암 바위를 타고 오르는 갯메꽃이 눈에 띄었습니다.
밤새 내린 비에 흠뻑 젖어 연분홍 꽃잎을 닫은 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