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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호황인데, 이차전지 무역수지는 적자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배터리 3사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뜻밖에 한국의 이차전지 무역수지는 올해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통상 환경에 대응한 한국 배터리 업계의 공격적인 해외 투자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리튬이온축전지’(HS 6단위 기준)로 분류되는 이차전지의 수출액과 수입액은 각각 25억 달러, 29억8000만 달러로, 무역수지는 4억8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차전지 흑자 규모는 2012년 16억 달러에서 2019년 34억3000만 달러까지 증가해 정점을 찍었다. 2022년에도 16억5000만 달러의 흑자를 냈는데, 올해 들어 적자로 돌아섰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국 배터리 업체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국제 공급망 질서의 변화에 대응해 해외 생산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려가고 있어서다. 한국 업체가 해외 배터리 완제품 공장을 늘리는 만큼 ‘한국산’ 배터리의 수출 증가율은 둔화한다. 반면 중국 등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K-배터리의 ‘역수입’은 빠르게 늘고 있다.

韓이 해외서 생산한 배터리 '역수입' 늘어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난징 공장에서 생산하는 배터리를 테슬라 등 다양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SK온 역시 중국 창저우·후이저우·옌청에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이다. 한국에 들어오는 중국산 배터리 수입의 상당 부분은 한국 업체의 제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수입되는 이차전지 물량 중 과반이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생산해 국내 고객사에 보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중국 CATL 제품의 국내 자동차 적용이 늘어나는 것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작년 기아 EV6를 시작으로 CATL 배터리 탑재 차종을 코나·니로 등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배터리 완제품 수지가 적자지만, 한국이 공급망 변화 속에서 부가가치 창출 기회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예컨대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 수출은 지난 4월 13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5.3% 급증했다.

핵심 소재인 '양극재' 수출 급증

예전보다 배터리 완제품 수출이 주춤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형태만 바뀌었을 뿐 배터리 산업이 한국의 수출에 기여하는 부분은 여전히 크다는 얘기다. 유럽이나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고 해도 상당수 장비나 부품은 국내에서 수출하는 구조여서 해외 투자 역시 새로운 형태로 수출에 기여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빠른 변화 속에서 완제품 배터리 수지가 일시 적자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중장기로 봤을 때 우리 배터리 산업의 성장성은 매우 강하다”며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양극재와 음극재 등 소재의 뚜렷한 수출 증가 추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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