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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금융사기’ 오명 벗을까?…‘가을야구 예금’ 흥행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키움의 개막 2연전 경기가 벌어지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키움의 개막 2연전 경기가 벌어지고 있다. 뉴스1

“매년 고객을 상대로 사기에 가까운 영업을 하고 있으나 합법이라는 이유로 금융감독원도 손 놓은 상품.”(온라인 커뮤니티)

별 문제가 없는데도 소비자에는 ‘사기’라는 농담을 듣는 금융상품이 있다. 바로 프로야구 팬을 위한 예·적금이다. 응원하는 구단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 높은 우대금리를 얹어주는 상품인데, 하위권 구단에게는 금융사기라며 ‘웃픈’ 야유를 받는다.

대표적인 상품 중 하나가 BNK부산은행의 ‘BNK가을야구정기예금’이다. 2007년 출시 이후 올해까지 17년째 판매되는 장수 상품인 만큼 팬들의 자조적인 공격도 자주 받아 왔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2018년 이후 포스트시즌(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던 부산 연고 롯데 자이언츠가 리그 초반 상위권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 구단 성적에 상품도 완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20일 부산은행에 따르면 올해 BNK가을야구정기예금은 총 1조원 중 8650억원(18일 기준) 판매됐다. 이 예금은 기본금리 연 3.35%에 ‘자이언츠 우승 기원’ 금리 0.2%포인트를 붙여 주고, 포스트시즌 성적에 따라 최고 0.3%포인트를 더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비대면 가입 0.1%포인트, 신규 고객 0.1%포인트 우대금리까지 합하면 최고 연 4.05% 금리를 적용받는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올 시즌 자이언츠의 성적이 좋아서 고객 가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고객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응원 구단 이길 때마다 우대금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응원하는 구단에 따라 재테크 성과가 달라지는 상품도 있다. 프로야구 KBO리그를 후원하는 신한은행의 ‘신한 프로야구 적금’은 한 구단을 선택해 해당 팀이 이길 때마다 우대금리를 받는다. 기본금리 연 2.5%에 선택한 응원 구단이 정규시즌 1승을 올릴 때마다 0.01%포인트(최대 0.8%포인트) 우대금리를 주는 등 최고 금리 연 4.6%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소비자는 실제 응원하는 구단을 선택하는 의리를 보일지, 상위권 강팀으로 가입해 실리를 얻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는 정규시즌 1위 SSG 랜더스를 응원 구단으로 해서 적금에 가입한 비중이 33.8%로 가장 많았다. 두산 베어스는 정규시즌 9위를 기록했지만, 적금 가입 비중은 14.5%로 3위를 차지했다. 키움 히어로즈는 적금 가입 비중이 3.9%에 불과했지만, 정규시즌 성적은 2위를 달성했다.

“야구 못해서 예금 안 내놓아” 의심도

지난해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KIA 타이거즈는 광주은행 고객의 응원을 받고 있다. 광주은행은 ‘KIA 타이거즈 우승기원 예·적금’을 오는 7월 말까지 판매하고 있다. 예금은 최고 연 4.05%, 적금은 최고 연 5%의 금리를 제공한다. 정규시즌 최종 순위, 승수, 연승 기록 등에 따라 우대금리를 부여하는 상품이다.

DGB대구은행이 판매하는 ‘특판DGB홈런적금’은 연고 구단 삼성 라이온즈가 가을야구 진출, 정규시즌 우승,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때 각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최고 금리는 연 4.35%다.

지난해까지 판매하던 야구 예금을 올해부터 판매하지 않는 은행도 있다. BNK경남은행은 경남 창원 연고인 NC 다이노스의 성적에 따라 최고 연 3.2%를 제공하는 예금 상품을 올해 출시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다이노스가 2020~2022년 하위권 성적을 기록해 상품을 출시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경남은행 관계자는 “주력하는 다른 특판 예금 상품이 있어서 올해는 별도로 프로야구 관련 상품을 기획하지 않은 것”이라며 “다이노스 성적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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