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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강남도, 캐릭터 벨리곰도…누가 더 잘 ‘멍 때리나’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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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안 해야 한다. 자신마저 잊는 무념무상(無念無想)의 경지에 누가 좀 더 가까이 이르는지가 승부를 결정 짓는다. 서울시 대표 넋놓기 행사인 ‘멍때리기’ 대회 이야기다. 올해엔 가수 겸 방송인 강남(본명 나메카와 야스오), 털이 보송한 인기 캐릭터 ‘벨리곰’도 도전장을 냈다.

서울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2023 한강 멍때리기 대회’는 21일 오후 4시 한강 잠수교에서 열린다. 지난 8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참가 신청엔 총 3160팀이 몰렸다. 45대 1의 경쟁률을 뚫은 70팀이 출전을 확정 지었다.

지난해 열린 한강 멍때리기 대회 모습. 참가자들이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넋을 놓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열린 한강 멍때리기 대회 모습. 참가자들이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넋을 놓고 있다. 중앙포토

90분간 말없이 멍만 때려야

멍 때리기 대회는 90분간 진행된다. 어떤 행동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멍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당연히 참가자들은 말할 수 없다.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간 곧장 퇴장된다.

그런데 승부는 어떻게 겨룰까. 참가자들이 찬 심장박동 측정기를 통해서다. 15분마다 확인된 심박수로 점수가 부여된다. 심박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오르지 않을 수록 점수가 높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 관람하는 시민의 투표 점수를 더한다. 일명 ‘예술 점수’다.

졸음 올 땐 빨강 카드를 써라!

단 참가자들은 네 가지 서비스에 한해 받을 수 있다. 졸음과 갈증·더위·기타다. 졸릴 때 빨강카드를 들면, 진행요원이 잠을 깰 마사지를 해준다. 목이 마를 땐 파랑카드를 사용하면 된다. 노랑카드는 부채질, 검정카드는 기타 불편사항을 챙겨준다.

지난해 9월 18일 오후 서울 잠수교에서 열린 2022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멍때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18일 오후 서울 잠수교에서 열린 2022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멍때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멍때리기 대회 참가자들이 멍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멍때리기 대회 참가자들이 멍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뉴스1

자주포 엔지니어에 유튜버 등 참가

선발된 참가자들의 직군은 다양했다. 자주포 엔지니어부터 사육사, 응급 구조사, 의사, 교사 등이다. 아동극 배우 출신이라는 20대 참가자 김모씨는 “주 6일 아동극을 하며 아이들에게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며 “유일하게 쉬는 날에 대본을 접어두고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며 지쳐있는 몸을 쉬게 하고 싶다”고 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61만명이 넘는 방송인 강남도 참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롯데홈쇼핑 마스코트이자 지난해 ‘대한민국 콘텐트 대상’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핑크색 벨리곰도 멍을 때릴 예정이다. 참가자 명단에선 서울시 글로벌센터 운영팀장을 역임했던 ‘영국 사위’ 폴 카버도 눈에 띈다.

참가자 대부분 20~30대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30대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0대가 37%(26명), 30대가 36%(25명)다. 50대는 4명, 60대 이상도 2명 참가한다. 친구들과 함께 대회에 참가한 50대 문모씨는 “각자의 분야에서 아주 열심히 살아왔다”며 “대회를 계기로 휴식과 쉼도 얻고, 유쾌한 재미를 느껴보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멍때리기 대회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멍때리기 대회 모습. 연합뉴스

일반 시민도 다양하게 ‘멍’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일반 시민도 다양하게 멍을 때릴 수 있다. 무료로 현장에서 참여 가능한 ‘일상다멍사’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탁기를 보거나 시집을 필사하면서 멍을 때릴 수 있다.

왜 멍일까.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뒤처지거나 무가치한 것’이란 통념을 지우겠단 게 대회의 기획 의도다. 예술가 웁쓰양이 처음 기획했고, 2016년 서울시와 협업하면서 대회가 열리게 됐다. 해외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불러왔다.

주용태 한강사업본부장은 “한강 멍 때리기는 지친 몸과 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이색적인 대회”라며 “관람하는 재미도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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