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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해서 아파라'는 회사…착각하는 상사에게 '이것' 보여주라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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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스트레스 완화 전략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서 직무 스트레스 관리는 일 잘하는 조직의 원동력이다. 직무 스트레스는 맡은 일을 수행하는 데 압박감을 받아 나타나는 심신의 반응이다.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직무 몰입도를 저하해 생산성을 낮춘다.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강모열 교수는 “아파도 나와서 하루만 버티자는 식의 조직 문화,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과한 업무 부담으로 인한 노동 생산성 손실이 우리나라에서 압도적으로 높다”며 “거꾸로 말하면 조직이 직무 스트레스를 적극적으로 관리했을 때 생산성을 올릴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리더와 팀원·경영자가 단단하고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가는 전략을 강모열 교수와 함께 Q&A로 짚어본다.

회사 가서 아픈 게 낫지 병가를 어떻게 내나.(나골골·33)

아프면 병가를 내고 쉬는 시스템이 생산성을 높이는 직무 스트레스 관리법의 하나다. 건강으로 인한 노동 생산성 손실은 결근·조퇴·지각으로 인한 근로시간 손실(앱센티즘, Absenteeism)과 출근했지만 업무수행 능력이 저하돼 발생한 생산성손실(프레젠티즘, Presenteeism)로 구분해 산출한다. 연구결과들을 보면 아픈데도 출근하는 프레젠티즘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이 병가에 가까운 개념인 앱센티즘으로 인한 것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직원 한 명이 결근하면 일이 안 돌아가는 시스템적 문제도 고질적이나 병가 제도가 있음에도 ‘출근해서 아파라’고 할 만큼 참고 눈치 보는 문화 역시 적지 않다. 우리나라 성인을 대상으로 직무 스트레스와 건강 관련 노동 생산성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직무 스트레스가 중간 내지 높은 군이 낮은 군에 비해 약 20%포인트 생산성 손실이 크다.
리더가 밤낮없이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나.(이상무·48)
리더가 먼저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잡고 솔선수범하는 것이 직무 스트레스를 낮추는 리더십이다. 주어진 휴가를 쓰고 휴게 시간을 지키며 본인뿐 아니라 구성원의 휴게시간을 지켜주고, 쉴 땐 온전히 쉴 수 있게 해야 한다. 근무시간 외에 업무 연락은 하지 않는 것,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적어뒀다가 주말 이후에 논의하는 것 등이다. 중요한 건 경영진이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직무 스트레스를 방치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면 중간관리자들도 적극적이 된다. 직무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업무량을 조절하는 것에 눈치를 덜 볼 수 있다. 이렇게 직무의 자율권을 주면 일이 좀 많아도 직무 긴장도와 스트레스는 떨어진다. 또 구성원이 서로를 지지하는 조직 문화로 나아갈 수 있다. 개인의 컨디션과 일정에 따라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출근부터 퇴근, 야근까지 상사의 눈치를 보며 시간만 보내는 건 업무 효율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직무 스트레스의 회복도 방해한다. 부서·업무에 맞게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조직 내에서 고민해 보는 게 좋다.

업무 지시가 불합리해 보이는데 참고하는 것이 나을까.(소통령·28)

상호작용 공정성은 의사 결정 과정에서 결정권자가 보여주는 대인적 처우나 조직 구성원이 지각하는 공정 정도다. 상호작용 공정성이 높을수록 건강 관련 노동 생산성 손실이 급격히 감소한다. 최근 중요도가 높아지는 직무 스트레스 항목이다. 의사소통이 위계적이고, 참고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면 말의 통로가 막힌다. 생산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하게 된다. 직급이 낮아도 의견을 존중하고 들어보면 엉뚱해 보이는 말이 때론 신선한 아이디어를 불어넣는 경우가 많다. 또 윗사람이 결정한 것이 불합리해 보일 때 느끼는 어려움을 얘기할 수 있어야 개선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
일에서 재미나 찾는 게 의미 있나.(노기력·36)
직무 스트레스를 만성적으로 적절히 관리하지 못해 번아웃이 오면 생산성은 뚝 떨어진다. 번아웃이 오지 않으려면 일이 재밌어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이 느끼는 일의 재미있는 측면이나 성취감을 경험하는 부분을 찾는 게 도움된다. 본인이 업무를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은데 회사에서는 경영 수입이 늘어나는 것만 요구하는 건 직무 스트레스를 높이는 요인이긴 하다.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는 게 아닌, 강요하는 일이 목적이 되면 힘들다. 노련한 리더는 구성원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목적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 즐겁게 수행할 수 있는 업무에 배치하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업무 성과를 인정하고 피드백을 제공해 팀원을 격려하면 동기 부여와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된다. 단, 일에 대한 재미와 의미는 스스로 찾는 게 먼저다.
집에 오면 피곤해 폭식·과음하는데 답이 있나.(지치미·42)
기본적으로 자신의 직무 스트레스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오늘 바쁘고 힘들었으면 지칠 텐데, 이런 상태가 지속하면 번아웃이 와 일에 흥미를 아예 잃을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발산하거나 명상 시간을 확보하는 식으로 관리하는 게 도움된다. 적어도 일주일 단위로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간다는 생각을 갖는 게 좋다. 회사 일은 바쁠 때가 있으므로 쌓인 스트레스는 최대 2주를 넘기지 않게 관리하길 권한다. 스스로 직무의 어떤 부분에 취약한지 파악하는 것도 좋다. 조정이 가능하면 좋으나 그게 안 되면 마음의 준비를 좀 더 한 뒤 맞닥뜨리고, 그 일이 지나면 스트레스를 발산할 수 있는 방법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과로하면 시간이 부족해서 운동 같은 활동적인 여가를 못 보내고 간편히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흡연·음주·폭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중요도에 따라 작업 우선순위를 지정하고, 주변 사람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것을 너무 어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또 본인이 좋아하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스트레스는 너무 없어도 문제다. 하지만 스트레스 요인이 생기면 관리를 시작하고, 회사 차원에서도 관리가 안 되는 상태를 방치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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