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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디폴트옵션 279개, 위험도·수익률 따져 선택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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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호 15면

당신의 연금 설계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이하 디폴트옵션)가 7월 12일부터 시행된다. 개정 법률은 작년 7월 시행됐지만 사전지정운용방법 승인, 전산 시스템 구축 등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도입되는 것이다. 퇴직연금사업자들의 준비가 거의 끝난 만큼 가입자들에 대한 안내와 상품 설명이 이루어기 시작했다. 가입자들로서는 제도의 취지를 이해하고, 무엇을 고민하고 선택해야 할지, 준비가 필요하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된 이유는 무엇보다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에서 드러나듯, 기존의 운용방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등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까지 최근 5년간 퇴직연금(DC)의 연평균 수익률은 2.4%로 영국(9.8%), 호주(8.0%), 미국(7.4%) 등에 비해 현저하게 낮았다. 이는 퇴직연금이 대부분(83.1%, 2021년 기준) 은행정기예금 등 원리금보장 상품으로 운용되는 데에 기인한다.

물론 퇴직연금이 최대한 안전하게 운용되어야 한다는 가입자 선택의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2005년 퇴직연금 도입이후 장기간 경험을 통해 가입자들의 무관심과 사업자들의 안이한 운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되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들로 하여금 사업자가 제시한 운용방법들 중 하나를 사전에 선택하도록 하고, 별도 운용지시가 없는 경우 사전에 지정한 방법대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디폴트옵션은 개별상품 위험 등급 또는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상품별 위험등급을 가중평균한 위험도에 따라 초저위험(은행예금·국고채 등),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초고위험 등 5종류로 나뉜다. 퇴직연금사업자는 초저위험 1개,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각 2~3개 등 최소 7개에서 최대 10개의 상품 또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고용노동부의 승인을 받아 가입자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현재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는 3월 기준 초저위험 41개, 저위험 80개, 중위험 80개, 고위험 78개 등 총 279개의 승인받은 디폴트옵션이 공시되어 있는데, 가입자는 사업자의 안내를 통해 7월 11일까지 스스로 본인에게 적용할 옵션 한 가지를 선정해야 한다. 퇴직연금 중 가입자가 운용하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만 해당되며, 사업주가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은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DC와 IRP 가입자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 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디폴트옵션을 선택한다. 둘째, 새로운 제도 시행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직접 운용 지시를 할 수 있다. 셋째, 디폴트옵션이나 운용 지시도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방안들은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떠한 선택을 하던 하나씩 검토할 필요가 있다.

먼저, 디폴트옵션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원본손실 위험을 얼마나 감수할 수 있을 것인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허용 위험이 낮을수록, 다시 말해 기대수익이 낮을수록, 낮은 위험의 상품이나 포트폴리오를 선택해야 한다. 사업자들은 각 상품이나 포트폴리오의 위험과 수익정보를 필수적으로 제공해야 하므로, 단순히 위험등급만 보지 말고 손실 위험과 기대수익률을 반드시 따져보아야 한다.

가입자가 부담하는 제반 비용도 실질수익률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므로 동일한 기대수익률이라면 낮은 비용의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기간, 즉 현재부터 연금수령 시점까지의 기간이다. 만기가 있는 상품들이 포함되든, 없는 상품들이 포함되든, 디폴트옵션의 운용기간과 투자기간이 다른 경우, 가입자로서는 예기치 못한 손실을 보거나 부적합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초저위험 상품은 주로 은행 정기예금으로 구성되는데, 정기예금은 주로 1~3년 만기로 투자기간이 장기인 경우 재투자위험을 피할 수 없다. 저위험 이상은 채권형 펀드, 채권혼합 펀드, 주식혼합형 펀드 등이 단독(재간접 포함) 또는 최대 3개의 상품으로 구성되는 포트폴리오 형식을 취하는데, 밸런스펀드(BF)는 물론이고 타겟데이트펀드(TDF)도 개별적인 투자기간과는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가입자의 두 번째 선택은 의미가 있다. 디폴트옵션들 중에 본인에게 맞는 게 없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특히, 향후 투자기간이 장기일수록 적합한 상품이 없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20년 이상 투자할 경우 미국 주식(S&P500) 투자가 미국 국채(10년 만기)에 비해 수익률과 위험이 모두 우월하다는 연구결과는 위험자산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하며 퇴직연금의 운용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을 수 있다. 만약 본인의 퇴직연금이 모두 만기가 없는 상품들로 운용되고 있다면, 사실상 두 번째와 동일하므로 어떤 변화도 없다. 하지만, 만기 상품들이 존재한다면, 지금까지 가능했던 원리금보장 상품의 자동 재예치나 포괄운용지시가 불가능하고 대기성자산으로 운용되어, 수익측면에서 불이익이 발생한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장기신용은행, 기획예산처 등에서 근무한 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모바일 연금자문회사 웰스가이드를 설립해 ‘좋은 사회를 위한 금융’이라는 미션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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