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는 청소년기, 동물도 겪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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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후드

와일드후드
바버라 내터슨 호로위츠·캐스린 바워스 지음
김은지 옮김
쌤앤파커스

이 책의 영어 원제이기도 한 ‘와일드후드(wildhood)’는 시기적으로 유년기와 성인기 사이를 가리킨다.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기,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부르는 때다. 이 책의 표현을 빌리면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범함, 사교성, 성적 호기심, 돈을 모으거나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기 위한 독립, 나아가 불안과 감정 기복, 걷잡을 수 없는 이성을 향한 감정, 치솟는 호르몬과 급변하는 ‘10대’의 뇌” 등이 특징인 시기이자, 신체적·행동적 변화를 겪는 시기다.

놀랍게도 이는 인간 청소년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란다. 그래서 인간과 다른 동물들을 한꺼번에 아우르기 위해 두 저자가 선택한 말이 ‘와일드후드’이기도 하다. 저자들에 따르면 와일드후드는 굶주리지 않는 것을 포함해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고, 무리 안팎의 사회적 지위에 적응하고, 성적 소통을 하고, 둥지를 떠나 스스로를 책임지는 등 네 가지 어려움을 한꺼번에,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부모의 지원·보호 없이 직면하는 때다.

물 위로 나온 혹등고래. 2013년 콜롬비아 태평양 연안에서 포착된 모습이다. [AFP=연합뉴스]

이 책은 그 구체적 양상을 다양한 동물의 생태를 통해 설명한다. 그중에도 각각의 연구자들이 위치 추적 장치 등을 통해 연구·관찰하며 이름까지 붙인 네 동물이 주연급. 무리를 떠나 세상에 나서자 마자 죽느냐 사느냐의 위험부터 거쳐야 하는 킹펭귄 ‘우르술라’를 비롯해 점박이하이에나 ‘슈링크’, 혹등고래 ‘솔트’, 늑대 ‘슬라브츠’가 그들이다.

네 동물의 사연은 각기 다른 초점에서 인상적으로 펼쳐진다. 그중에도 어미의 서열이 고스란히 세습되는 하이에나 무리에서 흙수저로 태어난 ‘슈링크’의 이야기는 웬만한 드라마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이 남달리 사회성 뛰어난 하이에나는 인간이 쉽게 상상 못 할 방법으로 금수저에게 접근해 결국 서열 상승을 이뤄내는데, 이 과정에서 원래 어미와의 관계 변화라는 또 다른 드라마까지 이어진다.

이 책에서 동물만 아니라 인간 청소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법한 시각을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를테면 위협이 전혀 없는 양식장에서만 2년을 자라다 방류된 연어들이 생존에 취약하다거나, 복종적 역할을 경험하지 못하고 자란 원숭이가 다른 원숭이를 괴롭히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 등은 각각 청소년기에 적절한 위험 요인이나 다양한 서열의 역할을 경험하는 중요성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유추만이 아니라, 저자들은 책 곳곳에서 인간 청소년에 대한 설명을 적극적으로 들려준다. 동물 청소년이 처한 취약한 상황에 더해 젊은 세대를 두려워하거나 혐오하는 에피비포비아(ephebiphobia), 아예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어른중심주의 등 인간 사회의 문제 역시 짚기도 한다.

인간을 포함해 청소년기 동물의 공통된 문제를 주목하는 저자들의 관점은 그 자체로 무척 흥미롭다. 덕분에 동물의 생태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의 설명 중에는 인간 청소년의 문제를 너무 직접적으로 동물의 생태와 연관 지어 풀이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없진 않다.

그렇다고 섣불리 동물을 사람처럼 묘사하거나 하는 건 아니다. 동물의 습성을 의인화하거나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두 저자가 진작부터 경계했던 일이다. 한데 여러 분야를 공부하면서 깨달은 결과, 저자들은 인간과 동물 사이에 분명 존재하는 신체적·행동적 연관성을 부정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3장에서 주로 다뤄지는 동물들의 짝짓기에 대한 얘기도 눈길을 끈다. 동물이라면 모두 본능적으로, 속된 말로 짐승처럼 짝짓기를 하리란 건 인간의 예상일 뿐. 혹등고래를 비롯한 여러 종이 상대의 의사를 확인하는 다양하고 정교한 소통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런 소통의 기술 역시 청소년기 동물이 터득해야 하는 일이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