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치울을 사랑한 박완서, 그 배달부가 원고를 미리 읽지 않은 이유[BOOK]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치울의 리듬.

아치울의 리듬.

아치울의 리듬
호원숙 지음
마음의숲

경기도 구리에는 아치울천을 따라 동서로 길게 자리 잡은 작은 마을이 있다. 박완서 작가가 타계 직전까지 글을 쓰며 살았던 '아치울마을'이다. 이 책은 그의 맏딸인 저자의 에세이집이다.

 소설가 박완서(1931~2011). 중앙포토

소설가 박완서(1931~2011). 중앙포토

"바라보는 것이 영감을 주었고 아름다웠으므로 그때그때 잊지 않기 위해 쓰게 되었다. 스쳐 지나가는 자연과 좋은 인연의 사람들, 일용할 양식들의 감촉을 기록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일상이 촘촘히 담겨있다. 어머니가 세계문학전집을 들여주셨던 어린 날의 기억, "마당에 오는 봄"을 지켜본 2월 중순 어느 날,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보고 느낀 소감까지 다루는 주제는 무궁무진하다. '우크라이나를 위한 기도'에서는 전쟁의 비극에 관해 이야기하고 '프랑스 수도원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는 이태원 참사에서 목숨을 잃은 젊은 영혼들을 떠올리며 탄식한다.

저자 호원숙. 박완서 작가의 맏딸이다. [중앙포토]

저자 호원숙. 박완서 작가의 맏딸이다. [중앙포토]

딸이 아닌 '문학팬'으로서 모친을 사랑했던 순간들도 섬세하게 기록돼 있다. 저자는 원고 심부름을 하던 어린 시절을 "뿌듯하고 거룩했다"고 회상한다. "원고를 미리 꺼내 읽지 않았다. 나의 임무는 오직 충실한 배달부로 충분하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어머니의 원고에 대한 경외감, 비밀문서와 같은 떨리는 은밀함도 있었다"면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