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하기 전 경제를 공부합니다
루팔 파텔⋅잭 미닝 지음
이경식 옮김
윌북
내 연봉을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을까. 인구가 줄어드는데 실업은 왜 안 없어지는 거야? 은행이 망하면 어쩌나. 그냥 돈을 더 찍어내면 안 돼?
이 책은 누구나 해봤을 법한, 그러나 물어볼 데가 없거나 묻는 게 창피해 삼켜버린 질문들에 대한 친절한 피드백이다. 대표 질문 10개를 뽑고 그 답을 재치있게 풀어쓴 저자는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의 이코노미스트 2인. 경제를 어렵게 느끼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쓴 경제학 입문 교양서다.
저자들은 꼭 필요한 경제 개념과 원리를 친절하게 짚어준다. 개인과 기업이 내리는 의사결정과 관련된 경제 현상(미시경제학)부터 경제 성장이나 물가, 무역 등 경제를 통합적 체계로 보는 관점(거시경제학), 그리고 혼란스럽고도 매혹적인 화폐 이야기까지. 1대 1 강의같은 문답을 따라가다 보면 경제학자처럼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렇다고 과거를 박제한 낡은 교과서는 아니다.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을 살피고, ‘은행들의 은행’인 중앙은행들이 준비 중인 디지털 화폐(CBDC)의 미래도 전망한다. 책 전반에서 중앙은행 역할에 대한 저자들의 사명감이 묻어나기는 한다. 지난 10년간 각국 중앙은행들의 돈 찍기(양적완화)는 물가 안정을 위해 적절한 조치였다고 평가하는 대목도 그렇다.
어느 영국인의 말처럼 ‘거만하고 우아하고 따분할’ 것만 같은 경제학자들이 이 책을 쓴 배경엔 영란은행의 경제 문맹 퇴치 의지와 관련 있다. 1694년 설립된 이 은행은 최근 경제학자들을 은행 밖으로 내보내고 있다. 청소년⋅청년들에게 경제 교육을 하고, 시민들과 경제 토론을 벌였다. 대중 서적 출판도 영란은행 역사상 처음이다.
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경제학은 당신이 세상을 이해하도록 돕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당신이 세상을 바꾸도록 도와준다.” 인간의 선택과 그 환경을 이해하는 경제학을 알면 투자도, 연봉협상도, 투표도, 기후위기 해법 찾기도 더 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원제가 좀 더 기억하기 쉽다. Can’t we just print more money?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