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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에 통달하면 다 될 줄 알았던 '물리제국주의자'의 변심[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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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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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김상욱 지음
바다출판사

“사람은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평범하면서도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는 명제다. 한편으로는 과학이기도 하다. 양자물리학을 연구하는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 지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은 "죽음이란 원자의 소멸이 아니라 원자의 재배열이다. 내가 죽어도 내 몸을 이루는 원자들은 흩어져 다른 것의 일부가 된다. 인간은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아름다운 은유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이다. 이렇게 우리는 원자를 통해 영원히 존재한다"라고 설파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 관해, 우주에 관해 그리고 흙으로 돌아가는 우리네 인생에 관해 알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를 보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김상욱 교수는 스스로 고백하듯이 한때 ‘물리제국주의자’였다. 세상을 이해하는 데 문학이나 철학, 예술은 필요 없고 물리학만 완전히 통달한다면 세상 모든 이치를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과학자였다. 그러나 살다 보니 물리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저자 김상욱 교수. 2016년 무렵의 모습이다.[중앙포토]

저자 김상욱 교수. 2016년 무렵의 모습이다.[중앙포토]

원자의 세계를 다루는 물리를 넘어 원자들의 결합인 분자를 아는 데 필요한 화학, 분자로 구성된 생물의 원리를 연구하는 생명과학이 필요하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인간을 안다고 하더라도, 인간 사회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다. 물리학자로서 세상을 전부 이해하고 싶었지만, 결국 도달한 결론은 세상을 이해하려면 물리를 넘어 다양한 학문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김 교수는 물리제국주의자의 틀을 과감히 벗어나 세상을 포괄적으로 관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 영감을 받은 그의 이 책에서 하늘은 우주와 법칙, 바람은 시간과 공간, 별은 물질과 에너지를 나타낸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인 인간을 더했다.

이제 과학은 21세기 시민들이 무장해야 할 필수품이 돼 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과학은 대다수 사람에게는 어려운 영역이다.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은 전문가로서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데 이 책의 지은이는 일반인들의 눈높이에서 과학을 일상용어로 고쳐서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 과학을 기초로 해서 세상을 하나의 틀 안에서 이해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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