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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식탁 위 중국] 언제 사탕 줄 거야? 중국 결혼식과 기쁨의 사탕(喜糖)

중앙일보

입력

신랑 신부가 결혼식에서 친구에게 시탕(喜糖: 중국에서 결혼식 때 나누어주는 사탕)을 선물하고 있다. 신화망

신랑 신부가 결혼식에서 친구에게 시탕(喜糖: 중국에서 결혼식 때 나누어주는 사탕)을 선물하고 있다. 신화망

🍬“사탕 언제 줄 거야?”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혹시 중국에서 이런 말 듣더라도 뜬금없이 웬 사탕 타령이냐며 의아해 할 필요 없다.

진짜 사탕 먹고 싶어 하는 말이 아니라 언제 결혼할 거냐고 묻는 말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예전 우리나라에서도 결혼 언제 할 거냐고 묻는 대신 국수 언제 먹여줄 거냐고 물었던 것과 비슷하다.

결혼을 사탕 먹는 것에 비유해 묻는 이유는 중국의 결혼 풍속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결혼식이 끝나면 신랑신부가 사탕이 가득 담긴 쟁반을 들고 하객들 사이를 다니며 감사 인사를 전한다. 이때 나누어주는 사탕을 한자로 기쁠 희(喜), 사탕 당(糖)자를 써서 희당(喜糖), 중국어로는 시탕이라고 한다.

중국의 신랑신부는 하객들에게 왜 하필 사탕을 주며 인사를 하는 것일까?

결혼을 축하하러 온 친척과 친지들에게, 부조를 전한 손님들에게 답례하는 풍속은 세계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복떡’이라는 의미로 떡으로 인사를 했고 일본 역시 다이후쿠모치(大福餠)라고 부르는 찹쌀떡(もち)이나 카스텔라 등을 선물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서양은 콘페티(Confetti)라고 하는 아몬드 캔디로 하객들에게 답례를 했다. 중국의 희당(喜糖) 풍속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언제부터 이런 풍속이 생겼으며 그 속에 담긴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먼저 결혼식 때 사탕으로 인사하는 풍속이 보편적으로 널리 퍼진 것은 중국에 공산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부터라고 한다. 그러니까 대략 1949년을 전후로 일반화됐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집권 이후 대다수 과거의 전통은 낡은 관습이라며 단절을 시도했다. 심지어 전통적인 결혼잔치 풍속까지도 손댔다. 그 결과 성대한 결혼잔치 대신 공산당에 혼인을 서약하고 가까운 친척과 친구들이 모여 만두와 사탕 등을 먹으며 결혼 잔치 대신 다과회를 갖는 것으로 대신했다. 얼핏 간소하고 단순화된 결혼 다과회가 초라하기 그지없어 보이지만 공산당의 강요를 떠나 이런 풍경이 널리 퍼진 것은 1940~50년대 열악했던 대륙의 경제 상황도 작용했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결혼식에 사탕은 뜬금없는 데다 낯선 신풍속 같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사탕이냐 아니냐의 형태만 다를 뿐 희당을 선물하는 풍속은 사실 중국에서 뿌리 깊은 전통이었다.

다만 지금의 희당처럼 아이들 군것질 같은 사탕이 아니라 과일 등을 꿀이나 설탕 원당에 절인 당과(糖果)를 하객들에게 선물하는 것이 풍속이었다.

결혼뿐만 아니라 신년 하례나 경사로운 날, 당과로 답례 인사하는 것을 ‘밀전’이라고 했는데 꿀 밀(蜜)에 보낼 전, 잔치 열 전(餞)자를 쓴다. 달콤한 것으로 보답한다는 의미다.

문헌 기록에 따르면 멀게는 당송 시대, 짧게는 명나라 때 널리 퍼진 것으로 보고 있으니 그 역사가 만만치 않게 길다. 다만 옛날 밀전은 아무리 결혼잔치라고 해도 웬만큼 여유가 있는 계층이 아니면 장만하기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공산당 집권 이후 사탕으로 대체되면서 중국 전역으로, 모든 계층으로 퍼진 것이 지금의 사탕 나누기, 희당 풍속이라고 한다.

어쨌든 사탕이 됐건 꿀에 잰 과일이 됐건 왜 달콤한 당과류로 결혼 인사를 했을까 싶은데 이유는 얼핏 단순해 보이면서도 민속적으로는 연원이 깊다.

표면적으로 결혼이라는 인생 최고의 달콤한 날의 기쁨을 하객들과 함께 나눈다는 의미다. 동시에 신혼부부가 달달하고 행복하게 살겠다며 친척과 하객들에게 다짐하는 뜻이라고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전통 혼례에서는 보통 네 종류의 사탕, 4색희당(四色喜糖)을 준비했는데 투명한 얼음사탕인 방당(氷糖), 흰색의 동과 열매로 만든 동과당(冬瓜糖), 황금빛 금귤로 만든 귤당(橘糖), 용안 열매로 만든 용안당(龍眼糖)이다. 여기에는 일 년 사계절 내내 달콤하게 지내며 흰색 사탕처럼 머리가 백발이 될 때까지 스위트하게 백년해로하라는 기원, 황금처럼 부자가 되어 달달한 인생을 살라는 축복의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사탕을 기쁨의 상징으로 삼았던 역사도 뿌리가 깊으니 그 문화적 배경을 사탕의 원형인 엿에서 찾는다. 엿은 한자로 이(飴)라고 쓴다. 이 글자를 풀어보면 먹을 식(食)변에 별 태(台)자로 이뤄져 있는데 이 글자에는 기쁘다는 뜻도 있다. 태(台)자는 또 세모처럼 생긴 사(厶)자 아래에 입 구(口)로 구성돼 있다. 태라는 글자는 입(口)을 방실거리며(厶) 기뻐한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엿 이(飴) 역시 먹으면 입이 벌어질 정도로 기쁜 음식이라는 뜻에서 생겨난 글자라고 한다. 옛날의 엿은 곡식을 달이고 달여서 그 에센스만 모은 소중한 식품이었으니 이런 의미를 담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중국 결혼식의 희당 또한 입이 저절로 벌어질 정도로 달콤하게 살겠다는 다짐과 축복의 뜻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결혼식에 웬 사탕일까 싶어 의아했지만 꿈보다 해몽이라고 알고 보니 그 의미가 의외로 깊다.

윤덕노 음식문화 저술가

더차이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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