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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저 “미·중 대립으로 5~10년 안에 3차대전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잘 지내느냐에 인류의 운명이 달렸다. 5~10년 안에 전쟁을 피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미국의 외교 원로 헨리 키신저(99)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미·중 대립으로 향후 5~10년 내 3차 세계대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며 공존을 위해 실용적으로 접근하라고 주문했다.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17일 공개된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100세 기념’ 인터뷰에서 “양쪽 모두 상대가 전략적 위험이라고 확신한다. 우리는 강대국 간 대치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고전적인 1차 대전 직전의 상황에 있다”며 “모든 쪽에 정치적 양보를 할 여지가 크지 않고 평형을 깨뜨리는 어떤 일이라도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중 관계에 인류의 역사가 달렸다고 보며, 특히 인공지능(AI)의 급진전으로 그 길을 찾는 데 5∼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여긴다.

키신저 전 장관이 제시하는 해법은 현실주의에 바탕을 둔 공존이다. 그는 “중국과 미국에 전면전의 위협이 없는 공존이 가능한가? 나는 여전히 그렇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실패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가 실패를 견딜 수 있을 만큼 군사적으로 강해져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대만 갈등을 꼽았다.

그는 “대만에서 우크라이나식 전쟁이 일어난다면 대만이 파괴되고 세계 경제가 충격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도 후퇴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에 대해서 그는 “미국은 병력 배치에 신중히 처리하고 대만 독립을 지원한다는 의심을 사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왼쪽)이 2016년 12월 2일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다. 로이터=연합뉴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왼쪽)이 2016년 12월 2일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다. 로이터=연합뉴스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긴장 상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점진적으로 신뢰와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대통령이 중국 국가주석에게 불만을 열거하는 대신 "현재 평화에 대한 가장 큰 위험은 우리 두 나라다. 인간사회를 파괴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인터뷰는 키신저 전 장관의 100살 생일을 약 한 달 앞두고 진행됐다. 1923년 5월생인 그는 오는 27일 100번째 생일을 맞는다.

키신저 전 장관은 안보문제 전문가로 미국의 외교정책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하버드대 국제정치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핵무기와 외교 전문가로 정부 일을 함께했고, 1969년 당시 닉슨 대통령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하면서 정치가로 변모했다.

중국, 소련, 베트남, 중동 등지에서 외교적 성공을 거두었고, 베트남 분쟁을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아 1973년에는 노벨 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1974년 닉슨 사임 후에도 계속 국무장관으로 일하면서 제럴드 포드 대통령 밑에서 외교업무를 주도했다.

현재는 최고령 전직 미국 내각 인사이자 닉슨 내각의 마지막 생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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