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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치’까지 갔다, 위안화 약세에 한국 경제도 그림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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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국 위안화가 완연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부진한 경제 지표가 속속 드러나며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어서다.

위안화 약세는 위안화의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 여겨지는 원화 가치를 덩달아 떨어뜨릴 수 있다. 특히 위안화 약세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미미함을 보여줘, 리오프닝 효과로 ‘상저하고(上低下高)’를 노린 한국 정부와 경제계의 기대감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8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달러당 위안화 가치는 전날(6.97위안)보다 0.03위안 떨어진 7위안을 기록했다.(환율은 상승) 소수점 네 자릿수까지 넓힌 수치는 6.9985 위안이다. 달러당 위안화 가치는 이날 오전 한때 7위안을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 1월 6.7위안 수준을 기록했던 위안화 가치는 최근 들어 약세를 보이며 장중 7위안을 넘나들고 있다.

달러당 위안화 가치 7위안은 중국 당국이 용인하는 심리적 환율 경계선으로 통한다. 달러당 위안화가 7달러를 넘는 일을 ‘포치’(破七)라고 부르는데,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해 12월 28일이 마지막이었다.

시장의 기대를 저버린 부진한 지표가 위안화 가치를 떨궜다. 지난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난달 중국 소매판매는 3조4910억 위안(약 669조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4% 증가했는데, 이는 로이터통신 전망치(20.1%)를 밑도는 수준이다. 지난달 산업생산은 1년 전과 비교해 5.6% 늘었다. 로이터통신 전망치는 10.9% 상승이었다.

지난해 4월 중국 상하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여파로 봉쇄됐다. 자연히 당시 경제지표는 크게 악화했다. 이에 따른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올 4월 지표는 부진한 수치라는 분식이 국내외에서 나왔다. 홍록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4월 소매판매 등은 기저효과 영향으로 견조한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시장 예상치는 밑돌았다”라며 “중국 경기 정상화 궤도는 여전하지만 회복 탄력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다”라고 분석했다. 위니 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애널리스트도 미국 CNBC에 “중국 경제 회복세는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치 않다”며 “중국의 ‘펜트업’(억눌렸던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 모멘텀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안화 약세는 원화 가치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원화와 위안화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커서다. 외국인 투자자가 외환거래 규제가 많은 위안화 대신 원화를 사고파는 경우가 많아, 원화는 위안화의 프록시 통화로 여겨진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위안화가 중국 경기 성장 부진에 따라 약세를 보이면 프록시 통화인 원화 매수 심리도 떨어져 원화 가치 하락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미 무역수지 적자 확대 여파로 달러 당 원화가치는 좀처럼 1300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4월 무역적자 누적 규모는 250억2000만 달러에 이른다. 연간 사상 최대 적자 폭을 기록했던 지난해 무역적자 규모(478억 달러)의 절반을 4개월 만에 넘었다. 무역적자는 달러 유출을 의미해 달러당 원화 가치를 끌어내린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재단하기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중국과 미국을 둘러싼 외교적 문제까지 고려하면 효과가 기대한 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며 “막연한 리오프닝 효과에 기대지 말고 반도체 등 부진한 주요 산업의 경쟁력 회복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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