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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착기’로 경제 흐름 판단… 中의 ‘굴착기지수’, 누가 만들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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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착기 지수
挖掘機指數 

대형 굴착기가 톈진(天津)창루한구(長蘆漢沽) 염전에서 소금을 수확하고 있다. 신화통신

대형 굴착기가 톈진(天津)창루한구(長蘆漢沽) 염전에서 소금을 수확하고 있다. 신화통신

땅이 많이 파헤쳐질수록 경제가 활기를 띤다. ‘굴착기’로 경제 활력을 판가름하는 중국의 말이다. 웬 뚱딴지같은 소린가 싶겠지만 중국은 ‘굴착기’ 판매량을 인프라 건설 현황의 바로미터로, 경제 흐름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로 삼는다.

중국의 굴착기 지수는 올해 들어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 중국공정기계협회(CCMA)에 따르면 건축에 사용되는 트럭 크레인과 굴착기의 월평균 가동률이 고공행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중대 인프라 프로젝트가 착공되면서 에너지 설비, 석유화학 설비, 광산기계, 공작기계 등 주요 프로젝트의 수주가 크게 증가한 덕이다. 업계 인사들은 관련 투자가 지속해서 확대되면서 굴착기 지수의 호황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 굴착기 지수는 어떻게 수집하는 걸까. 산업 인터넷 플랫폼을 활용해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여 건설 현장 가동률, 토지 이용률, 투자 상황 등을 종합한 뒤 경제의 발전 추세와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이를 만든 기업, 중국 중장비 분야 대장주 싼이(SANY· 三一重工)와 산업 인터넷 선구자라 불리는 루트클라우드(ROOTCLOUD·樹根互聯)다. 싼이중공은 중국의 대표적 중장비 제조기업으로, 중국 주요 증권사들이 꼽는 유망 주식 리스트의 ‘단골’ 종목이다.

그렇다면 루트 클라우드는 어떤 기업일까. 아직 상장은 하지 않았지만 IPO 공개를 마친, 글로벌 유망주 ‘유니콘 기업’이다.

사진 루트클라우드(樹根互聯·ROOTCLOUD)

사진 루트클라우드(樹根互聯·ROOTCLOUD)

루트클라우드는 ‘산업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산업 인터넷이 정확히 무얼 뜻할까. 산업 현장의 모든 장비가 인터넷으로 연결된다. 데이터를 주고받고 빅데이터와 첨단기계가 결합해 수요, 공급에 필요한 수치를 최적화로 계산한다. 사람은 오직 통신만을 기반으로 산업을 관리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산업 인터넷의 발전과 대중화는 산업 데이터와 장비의 상호 연결을 끌어냈다. 생산 효율성 증대, 비용 절감, 신제품 개발 시간 단축 등 장점이 뚜렷해지며 다수의 제조업체에서 산업 인터넷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구축해나가고 있다.

차세대 정보기술과 제조업의 통합을 목표로 하고 독립적으로 제어 가능한 산업 인터넷 운영체제 플랫폼을 개발하고 배포하는 게 루트클라우드의 주 업무다.

루트클라우드 플랫폼은 ①산업 인터넷 운영 체제 ②산업 에지(edge) 서비스 ③산업 애플리케이션(App)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통해 많은 양의 고부가가치 산업 장비에 접속 및 관리할 수 있으며 각종 산업 시스템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다.

루트 클라우드 플랫폼의 핵심은 ‘산업 인터넷 운영 체제’다. 운영 체제 커널(kernel), 산업 빅데이터 엔진, 데이터 인텔리전스 모델 라이브러리 및 응용 프로그램 개발 서비스의 4대 구성 요소를 포함하여 완전한 운영 체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산업 에지 서비스는 산업 장비 및 생산 요소의 연결, 데이터 수집, 에지 컴퓨팅(edge computing, 중앙 집중 서버가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다르게 분산된 소형 서버를 통해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기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산업 앱은 풍부한 산업 지식, 산업 메커니즘 모델 및 산업 부품 정보를 담고 있어 데이터 구동을 위해 활용된다. 또 산업 장면의 특성과 비즈니스 요구를 충족시키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사진 루트클라우드(樹根互聯·ROOTCLOUD)

사진 루트클라우드(樹根互聯·ROOTCLOUD)

이들의 고객사는 다양하다. ‘굴착기 지수’ 등의 국가급 프로젝트를 담당할 뿐만 아니라 광저우자동차(廣州汽車·GAC), 도요타, 창청자동차(長城汽車), 진촨그룹(金川集團), 젠리바오(健力寶) 등 200여 개 중국 본토 제조업 기업에 서비스하고 있다. 36개 전정특신(專精特新, 전문화·정밀화·특색화·참신화) 기업에도 기술을 지원 중이다.

루트 클라우드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건설기계, 장비제조, 자동차제조, 철강 야금, 전력 등 81개 산업 세부 업종에서 123만 대에 이르는 설비를 연결하며 총자산 규모는 1조 위안을 넘겼다. 고객사의 이익 증가액은 136억 위안(2조 5717억 원)으로 기록됐다. ‘데이터+’ 방식으로 노동력·기술·자본·토지를 연결해 효율을 배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절감된 비용은 120억 위안(2조 2692억 원)에 달했다.

루트클라우드는 산업 인터넷 분야의 유망주로 꼽히며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과 스마트화 업그레이드를 뒷받침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루트클라우드(樹根互聯·ROOTCLOUD)

사진 루트클라우드(樹根互聯·ROOTCLOUD)

루트 클라우드는 최근 3년간 84.71%의 사업 성장률을 보였다.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 인터넷 기업 중 하나다. 2019년~2021년 이들의 영업이익은 각각 1억5200만 위안, 2억7900만 위안, 5억1700만 위안으로 최근 3년간 영업이익 복합성장률이 84.71%에 달했다.

루트클라우드는 설립 이래 지금까지 텐센트, 싼이중공(三一重工, 600031.SH), IDG캐피탈(IDG資本), 매트릭스파트너스(經緯創投), 국가선진제조업산업투자펀드 등 여러 유명 재무투자자와 벤처캐피털(VC)의 투자를 받았다. 후룬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글로벌 유니콘’ 466위에 올랐다. 기업 가치는 약 150억 위안(약  2조 8782억 원)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6월 2일 상하이증권거래소는 루트클라우드의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에 상장 신청서를 접수하며 기업공개(IPO)에 나섰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이번 상장으로 루트클라우드는 약 15억 위안을 조달할 예정이다.

‘연구개발 투자 너무 높아’…희비 엇갈린 투자설명서

허둥둥(賀東東) 최고경영자(CEO)는 “산업인터넷이 단순히 산업을 인터넷에 연결하는 수준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산업인터넷이 산업 생산과 컴퓨터 기술, 통신 기술을 상호 융합시키고 원자재∙설비∙생산라인, 나아가 노동자∙공급업체∙사용자 사이를 긴밀히 연결해 효율성 최적화, 비용 절감을 끌어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연구개발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뒷받침하고 있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2019년~2021년 루트 클라우드의 누적 R&D 투자비용은 5억 3400만 위안(약 1052억 5천만 원)에 이른다. 이는 총 수익의 절반 이상인 55.10%를 차지하는데, 커촹반에 상장된 기업을 놓고 봤을 때 상위 3% 수준이다.

연구개발 인력은 전체 직원의 46.10%로 약 절반을 차지한다. 2022년 4월 말 기준 62건의 특허를 취득했으며 이 중 59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소프트웨어 저작권도 141건 확보했다.

사진 루트클라우드(樹根互聯·ROOTCLOUD)

사진 루트클라우드(樹根互聯·ROOTCLOUD)

그러나 이 투자설명서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고액의 연구개발 투자가 결국 회사의 부실 경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영업 이익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귀속 순이익은 각각 -3억 4천만 위안, -2억 9200만 위안, -7억 1천만 위안으로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3년간 누적 손실 금액은 13억 4200만 위안(약 2645억 원)을 훌쩍 넘겼다. 손실 금액은 영업수익 총액의 141.56%에 달한다.

적자에 대해 루트 클라우드는 현행 업계의 기술 진입장벽이 높고 비교적 강도 높은 연구개발을 위해 투자액이 필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또 산업인터넷은 현재 개발 초기 단계에 있으며 제품 및 서비스는 여전히 보급·향상 단계에 있어 아직 규모효과를 나타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비즈니스 모델과 고객 니즈는 여전히 탐색 중에 있어 회사의 이익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루트 클라우드의 IPO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운영의 안정성 보장을 위해 자금 조달에 의존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회사 경영 활동으로 창출된 현금 흐름은 지속해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루트 클라우드가 최근 몇 년 동안 필사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상장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산업 인터넷 분야는 이제 급속한 성장에 돌입했다. 기술력은 날로 향상되고 솔루션 응용 시나리오가 점차 풍부해지고 있다. 루트 클라우드의 진가를 본격 발휘할 때다. 이들이 성공적으로 상장에 성공해 선두 지위를 이어갈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은수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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