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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평당 1억' 화제의 재건축 스타 조합장 직무정지…무슨 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는 8월 입주하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사진 삼성물산

오는 8월 입주하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사진 삼성물산

‘스타 조합장’이라 불리며 서울 강남 일대 여러 재건축 사업에 깊이 관여해 왔던 한형기 래미안원베일리 부조합장(조합장 직무대행)의 직무가 정지됐다.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제51민사부 전보성 판사)은 지난 3월 이정무 래미안원베일리 전 부조합장이 한씨를 상대로 낸 직무대행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한씨가 이 조합의 조합원 지위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본안 판결 확정 시까지 부조합장 직무를 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이 단지는 여러 소송으로 인해 부조합장이 조합장 역할을 해왔다.

법원은 조합원 분양 계약 체결 시점인 2021년 3월에 한씨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은 ‘조합원 자격 상실’ 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 한씨는 정해진 기간에서 2년가량이 지난 올 1월에 ‘나홀로’ 계약을 맺었다.

도시정비법·조합 정관·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정해진 기간 내 계약체결을 하지 않는 조합원은 지위가 상실된다. 한씨는 이런 사실을 지난 2월 부조합장 선거 기간 중 조합원에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스스로 밝혔다. 기간 내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한씨는 “여러 이유로 2년 전에 현금청산을 원했지만, 조합에서 현금청산을 거부하며 붙잡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가처분 결정으로 재건축 조합원의 ‘계약 체결 시점’에 따른 조합원 지위 논란은 확산할 전망이다. 2400여명의 래미안원베일리 조합원 중 한씨의 경우처럼 계약 기간이 지난 시점에 계약을 체결한 이는 27명이다. 이 중 13명은 일반분양 시점(2021년 6월) 이후에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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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미안원베일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재건조합 정관에 따르면 조합원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 조합이 정한 기간 이내에 분양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또 분양계약 체결 기간 내에 체결하지 않은 경우는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에 준해 처리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대법원 판례도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도 정관에 따라 분양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에 준한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주원의 임현철 변호사는 “아무 때나 계약이 가능하다면 조합원은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경제적 유불리를 따져 언제든지 계약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며 "이는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원베일리 조합원들이 조합원 총회를 거쳐 한형기씨 집 등 계약기간을 넘겨 계약한 가구를 일반분양 분으로 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 한씨측 법률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광장이 제출한 보충 서면에 따르면 서울·경기 일대 10개 재건축조합에서만 이런 계약체결 사례가 300여건에 달한다. 광장 측은 보충 서면에서 “이들 모두 조합원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한씨를 변호했다.

한씨는 아크로리버파크(신반포1차 재건축) 재건축조합과 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 재건축) 부조합장 등을 거치며 강남 일대에서 ‘스타 조합장’으로 불렸다. 아크로리버파크 재건축 후 시세가 3.3㎡당 1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게 컸다. 그러나 정비업계는 “아파트 가격 대세 상승기에 때를 잘 만났을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그가 재건축과 관련한 크고 작은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계속 나오고 있다.

전남 목포 출신(1959년생)인 한씨는 경기공업전문학교 기계설계과를 졸업하고 (주)대우,삼성중공업 등에서 일했다. 건설기술진흥법 시행규칙에 등록된 한씨의 경력증명서에 따르면 1983년부터 2004년까지 에어컨 등을 설치하는 공조냉동 및 설비업무를 맡았다. 그는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3차 현장소장 역임이라는 경력을 내세워 재건축 대상 단지 주민들에게 자신이 건설전문가라고 밝혀왔다.

한씨는 최근에도 서초·강남 일대에서 스스로 설명회를 열며, 다른 조합 사업에 적극적으로 관여 중이다. 신반포2차 재건축조합이 대표적이다. 앞서 지난달 설명회에선 “현 조합장을 바꿔야 한다”며 신반포2차 조합을 압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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