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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日기시다 '핵무기 없는 세계' 목표, G7 성과 쉽지 않아"

중앙일보

입력

15일(현지시간) 일본 히로시마시에서 원폭 생존자인 마사오 이토(82)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원폭 돔 앞에서 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일본 히로시마시에서 원폭 생존자인 마사오 이토(82)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원폭 돔 앞에서 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오는 19일부터 사흘 간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관련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전세계 핵 군축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G7 개최지인 히로시마가 1945년 인류의 첫 원폭 투하지인 동시에 기시다 총리의 연고지라고 소개했다. 매체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앞서 2020년 저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하여: 용기 있는 평화 국가의 야망』에서 “어린시절 할머니에게 들었던 히로시마 원폭의 참상이 정치 경력의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 8일 한국을 찾은 자리에서 그는 “이번 G7 정상회의의 성과로 ‘핵 없는 세상’에 대한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대처를 담은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를 위해 히로시마를 찾는 각국 정상들에게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등 원폭 유적지를 방문하는 일정을 계획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히로시마 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할 예정이다. 기시다 총리는 ”히로시마 출신으로 G7 서밋의 호스트인 내가 윤 대통령에게 제안한 일정”이라고 최근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의 대담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지난달 20일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와 관련해 외신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지난달 20일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와 관련해 외신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현직 미 대통령으로서는 2016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로 히로시마를 방문하게 된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히로시마에서 사과는 하지 않았고, 조의만 표명했다. WP는 “미국의 히로시마 원폭 투하가 더 많은 사망자를 막고 전쟁을 끝내기 위한 것이었는지, 미국이 사과해야할 만행이었는지는 역사가들 사이에 여전히 격렬한 논쟁거리”라면서도 “히로시마의 일본인들은 핵전쟁의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일본은 히로시마라는 상징적 공간에서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군축 기조를 재확인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핵 위기 고조 등으로 전세계는 정반대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벨라루스 등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올초엔 미국과 냉전 때부터 이어 온 핵무기 통제 조약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도 중단하겠다고 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쿠바 미사일 위기(1962년) 이후 처음으로 아마겟돈(대전쟁) 전망이 다시 등장했다”며 우려했다.

동아시아에선 북한이 지난달 고체연료 기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을 시험 발사하는 등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고, 이란은 2018년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 이후 우라늄 농축을 계속해가고 있다. WP는 특히 “북핵 위기에 대응해 한국도 자체 핵무장을 원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방어를 위해 필요시 미국의 핵자산을 배치하겠다고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일본도 ‘적 기지 반격 능력’ 보유 선언과 더불어 국방 예산을 대폭 늘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WP는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 정책에서 군축을 중심에 두고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매년 핵탄두 비축량을 갱신하고 있으며, 지난해 공개된 미 국방부의 ‘핵 태세 검토’를 통해 ‘핵 선제 사용 금지 원칙’ 수용을 거부했다는 점도 거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나 북한을 향해 “핵무기를 쓰면 압도적 대응을 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런 점에서 히로시마 G7 정상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도전 과제를 안기고 있다는 게 WP의 평이다. 러시아·이란·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는 동시에 국제 사회엔 핵 비확산과 군축을 설득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마츠이 카즈미(松井 一実)히로시마 시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핵무기의 비인간성을 이해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외에 몇 가지 실질적인 조치를 제시해야 한다”고 WP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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