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영의 중국 프리즘] 틱톡은 금지될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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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은 중국산 인터넷 서비스가 세계를 장악한 사실상 최초의 성공 사례다. 사진 셔터스톡

틱톡은 중국산 인터넷 서비스가 세계를 장악한 사실상 최초의 성공 사례다. 사진 셔터스톡

현재 미‧중 관계를 둘러싼 논란에서 틱톡만큼 뜨거운 감자도 찾기 어렵다. 미국에서만 무려 1억 5000만 이용자, 전 세계적으로 10억 명 이상이 이용하는 틱톡은 중국산 인터넷 서비스가 세계를 장악한 사실상 최초의 성공 사례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는 틱톡은 많은 국가에서 뉴스를 접하는 주요 통로로 이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디지털 소셜 플랫폼의 미디어 역할 증대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글로벌 미디어로서의 플랫폼이 정보공간의 장악을 위한 국가 간 경쟁이나 기술패권 경쟁의 한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 프랑스, 스페인, 헝가리, 포르투갈, 스웨덴, 독일 이용자의 20% 이상이 틱톡을 뉴스 통로로 이용하고 있다. 상이한 체제와 가치를 가진 진영 간에 정보공간의 장악을 둘러싼 경쟁이 점차 심화하는 추세 속에서, 틱톡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요국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는 물론이고 영국, 캐나다, 유럽 의회의 공공 기관 디바이스에서 틱톡 사용이 금지되고 있지만 일반 이용자에 대한 틱톡의 영향력은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

틱톡의 은밀한 검열과 큐레이션(curation)

틱톡을 둘러싼 논란은 이용자 데이터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접근 가능성을 중심으로 촉발되었지만, 최근에는 미디어의 주요 창구로서의 틱톡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 즉, 선전(propaganda)과 허위정보(misinformation) 도구로서의 위험성이 논란의 중심으로 부각 중이다.
정보 흐름의 허브가 되는 자는 권력의 행사가 용이하다. 미디어 창구로서의 틱톡이 중국 정부의 영향을 받는다면, 즉 중국이 글로벌 메시지를 통제할 수단을 보유하면 중국에 유리한 편향성도 형성될 수 있다.

틱톡이 특정 콘텐츠를 드러나게 금지하지는 않는다. 틱톡의 검열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영국 가디언스지(紙)의 폭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2019. 9. 25). 이에 따르면, 틱톡의 콘텐츠 관리자(moderator)는 천안문 사태, 티베트 독립 관련 영상을 검열하며, 각국의 정책이나 사회규범, 정치 시스템 등에 관한 비판 콘텐츠 금지 지침에 따라야 한다. 주된 방법은 직접적인 금지가 아니라 그림자 검열이다.

즉, 이용자가 바람직하지 않은 콘텐츠를 올려도 타인에 잘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특정 정치 지도자들과 태그 된 콘텐츠가 은밀한 검열의 대상이다. 금지 지도자 리스트에는 북한의 역대 지도자들, 트럼프, 오바마, 아베, 모디, 박정희 전대통령(!)이 포함되었다고 한다.

호주 전략문제 연구서의 보고서에 따르면(2020. 9) 미국에서 인종갈등으로 경찰을 비판하는 해시태그, 러시아. 아랍 지역에서 LGBTQ+ 관련 해시태그 등이 그림자 검열의 대상이 되어 왔으며, 특히 신장지역에 관련된 콘텐츠 통제는 더욱 교묘하게 이루어졌다고 한다. 일부의 중국 신장 정책 비판 콘텐츠는 허용하지만 다른 주요 소셜미디어에 비해 극히 미미하며, 대규모의 블로거와 미디어 리포터를 동원한 긍정적 콘텐츠 제공을 더하여 신장 관련 정보 흐름의 큐레이션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은밀한 검열과 선전 못지않게, 이용자의 데이터 보안도 무시될 수 없는 이슈이다. 2022년 12월 저널리스트들의 틱톡 데이터를 중국과 미국의 틱톡 내부자들이 접근한 사실을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가 인정한 것이 데이터 이슈에 대하여 알려진 가장 최근의 사례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통제가 어떤 수준에서 이루어졌는가가 아니라 언제든지 정보 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중국이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틱톡은 이용자가 팔로우하지 않은 콘텐츠도 자연스럽게 소비하게 해주는 알고리즘 추천 기능의 역할이 크다.
중국 당국이 바이트댄스 등 주요 플랫폼 기업들의 알고리즘을 확보해 콘텐츠의 선별적 노출 및 차단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상기하자. 정보와 콘텐츠의 흐름을 어떤 목적과 방식으로 관리하는지는 알고리즘 디자인 권력을 누가 장악하느냐에 좌우된다. 지난해에는 300명 이상의 바이트댄스, 틱톡 직원이 신화사와 같은 중국 관영 미디어에서 일했거나 현재도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포브스지(紙)가 폭로해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미국에서 틱톡의 부정적 영향력을 통제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오라클과 같은 미국 기업이 미국 이용자 데이터를 미국에 두고 직접 관리하는 방안, 틱톡의 미국 사업 분리‧매각 방안, 그리고 전면 금지 방안 등 세 가지가 거론된다.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는 틱톡 소유권은 유지하되 데이터는 오라클의 관리하에 미국에 둔다는 해법을 선호한다.

하지만 중국이 여전히 알고리즘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방안이 선택지가 될 것이지만 최종 선택은 정치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될 공산이 크다. 즉 미‧중 관계, 틱톡 이용자(특히 젊은 세대)의 반발 여부와 언론 자유 침해 논란, 강력한 경쟁자의 퇴출을 내심 반기는 미국 소셜 네트워크 기업들의 로비 등 다양한 요인이 미국에서 틱톡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이 가운데, 틱톡의 미국 사업 분리‧매각 방안은 오히려 중국 정부의 방침으로 인해 실현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수단을 통제함으로써 메시지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은 중국 공산당에 대단히 중요하며,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콘텐츠 추천 기술은 결국 중국 정부의 수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어 틱톡의 매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틱톡 금지 방안도 정치적 실행이 쉽지 않다. 젊은 유권자들은 틱톡의 금지를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수정헌법 1조가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는 법률을 의회가 만들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그래서 틱톡에 대한 규제는 일종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게임과도 같다. 하지만 미‧중 양국에 모두 거북한 어정쩡한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언젠가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진실의 순간’이 올 수 있으며, 그 순간은 미‧중 관계가 한 계단 더 대립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가 될 것이다.

정보공간을 둘러싼 전쟁

틱톡에 대한 강경한 조치의 현실화는 앞으로 정보공간을 둘러싼 경쟁과 대립이 한 차원 높은 차원에서 전개될 것임을 의미할 것이다. 정보공간을 둘러싼 경쟁이란 여론 공세와 이념, 담론 침투, 분열 야기 등으로 구성되며 중국의 미디어 영향력이 증대하면 정보, 담론의 우위를 통한 막대한 레버리지 행사가 가능해진다.

정보전쟁의 심화는 반도체, 전기차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분리가 이제 데이터의 분리, 서비스의 분리, 정보 흐름의 분리로 확대되는 세계를 시사한다. 이처럼 인터넷이 분리되는 스플린터넷(splinternet)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불신과 비판, 가치관과 체제의 분리도 가속화될 것이다.

이상적인 글로벌 인터넷이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중국은 인터넷 도입 초기부터 만리방화벽으로 대표되는, 외부와의 선택적 분리 정책을 추진해왔다. 인도는 인터넷 셧다운의 대표 주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인터넷은 서구와 사실상 단절되었다.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서비스는 러시아 토종 서비스로 대체되었고 러시아 정부의 손길이 미치면서 텔레그램에서 반체제 성향 이용자의 탈출 러시가 일어나고 있다. 틱톡의 미국 퇴출이 현실화된다면 스플린터넷의 본격화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스플린터넷은 소셜미디어 간의 분리에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메타버스의 시대에는 게임도 소셜 미디어의 성격을 띨 것이기에, 아직 서비스 분리의 무풍지대라 할 수 있는 게임 분야도 이 소용돌이에 휩쓸릴 수 있다. 정보공간을 둘러싼 대립이 격화될수록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한 서비스도 분리될 가능성이 높다. 선전과 허위정보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나라의 틱톡 이용이 다른 소셜 미디어 서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해서 장기적으로도 스플린터넷의 소용돌이에서 비켜나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도 데이터‧서비스의 분리, 인터넷의 분리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할 시점인 것이다.

최계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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