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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결국 등 떠밀려 김남국 제소…상처뿐인 이재명의 리더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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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왼쪽은 박찬대 최고위원. 김현동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왼쪽은 박찬대 최고위원. 김현동 기자

태도 바꾼 민주 “상임위 코인 거래…이재명 지시로 제소”

감싸기에 “김남국 수호”까지, 열흘 넘게 그들만의 리그

어제 더불어민주당이 거액의 가상자산 거래 및 보유 논란으로 탈당한 무소속 김남국 의원을 결국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민주당은 전날까지만 해도 제소에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태도를 바꿨다. 박성준 대변인은 “당 조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지체하지 않고 윤리특위에 제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관련 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상임위 활동 중 코인을 거래한 것은 김 의원이 인정한 만큼 그와 관련한 책임을 묻기 위해 제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원래 당 차원의 진상 조사 뒤 제소하려 했지만 검찰 수사 등으로 여의치 않아 이 대표 지시로 제소 일정을 앞당겼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입장 변화는 이 대표 등 당 지도부의 ‘늑장 대응’ 논란으로 민심이 돌아서면서 더 버티면 버틸수록 내년 총선을 앞두고 궤멸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쪽이 상식적이다. 여론에 등 떠밀린 이번 제소 결정까지 이 대표의 리더십엔 이미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큰 상처가 났다.

지난 5일 ‘김남국 60억원 코인’ 첫 보도 이후 열흘이 넘도록 당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건 이 대표의 ‘제 식구 감싸기’ 때문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휴일이던 14일 김 의원의 탈당 직후 열린 ‘쇄신 의원총회’가 만회의 기회였지만 민주당과 이 대표는 이마저도 스스로 걷어찼다. 의총에선 쇄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김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의총 뒤 발표된 결의문엔 이 내용이 빠졌다. 김남국이란 실명이 ‘개별 의원’으로 대체된 이 결의문을 진보 성향 언론들까지 ‘맹탕’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중앙대 후배이자 원조 측근 모임인 ‘7인회’ 멤버로, 대선 때 수행실장까지 담당했던 김 의원에 대한 이 대표의 감싸기가 이런 맹탕 결의문을 낳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분출했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의 태도는 한 술을 더 떴다.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던 당 소속 청년 정치인들을 “수박”이라고 비판하며 ‘김남국 수호’ 문자폭탄을 사방에 쏟아냈다. 그러나 이 대표나 지도부 차원의 경고나 자제 요청은 역시 없었다.

지난 10여 일간 신세대 젊은이들과 국민들이 표출한 분노와는 대조적으로, 이 대표와 강성 지지층들만 마치 딴 세상에 사는 듯 집단최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만시지탄이지만 민주당의 김 의원 윤리특위 제소는 그나마 다행스럽다. 시간 끌기나 여당 의원과의 형평성 운운하는 물타기 시도로 안 그래도 의심받는 민주당의 진정성이 더 훼손되는 일이 결코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