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1인분 2만원 시대…나가서 사먹는 게 무섭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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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저희 밥값 좀 올려줬으면 좋겠어요.” 유튜브 인기 콘텐트 중 하나인 ‘네고왕’ 시리즈의 야놀자 편에 출연한 한 직원은 회사에 대한 가장 큰 불만으로 점심 식대를 언급했다. “만원밖에 안 주는데 여기 주변(식당)이 다 비싸다”고 말하면서다. 이제 만원으로 한 끼를 먹기도 어려워졌다는 말이 직장인 사이에서 나온다.

밥값 부담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외식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다. 17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소비자가 많이 찾는 8개 주요 외식품목의 지난달 서울지역 평균 가격은 1년 전보다 일제히 상승했다. 삼계탕·삼겹살·짜장면 등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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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200g)의 서울 평균 가격은 1만9236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1만7261원)보다 11.4% 올랐다. 통상 1인분으로 치는 200g의 가격이 1500원가량 오르면서 2만원에 가까워졌다. 외식 가격 오름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만큼 ‘서민 음식’의 대표주자 격이었던 삼겹살 2만원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겹살에 소주가 더는 가볍지 않다.

지난달 서울지역 삼계탕 한 그릇의 평균 가격은 1만6346원으로 1년 전보다 12.7% 올랐고, 짜장면은 이 기간 12.5% 오르면서 한 그릇당 6915원에 달했다. 냉면은 1만923원으로 1만원을 넘어서고 이제 1만1000원대까지 바라보고 있다.

이 같은 주요 외식품목의 가격 상승은 전체 소비자물가와 비교해 이례적이다. 소비자물가 상승 폭은 둔화하고 있어서다. 외식 물가만 유독 고공행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7.6%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의 2배가 넘는다. 외식 물가 상승률과 전체 물가상승률의 차이는 3.9%포인트까지 벌어졌는데, 이는 1992년 5월 이후 30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격차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달 외식물가는 3월과 비교해도 0.7%가 올랐다. 전월 대비 오름세가 29개월째 지속하고 있다. 2020년 12월부터 한 달도 빠지지 않고 사 먹는 밥값이 비싸졌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달 햄버거와 피자 가격은 1년 전보다 각각 17.1%, 12.2% 오를 정도로 가격 인상 폭이 컸다.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일상회복 이후 외식 수요가 증가한 게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풀이가 나온다. 실제 지난해 숙박·음식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보다 16.9% 증가했다. 올해 1분기도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16.4% 늘었다. 여기에 밀가루·설탕·가공식품 등 각종 식재료의 가격이 오른 것도 외식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최근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따라 외식물가가 또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기요금은 16일부터 ㎾h당 8원, 도시가스요금은 MJ당 1.04원 올랐다. 식당 특성상 에어컨 가동과 가스 불 사용이 많을 수밖에 없어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외식업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영세 소상공인이다 보니 비용 절감을 위한 혁신이 어렵다. 이 때문에 식재료, 인건비,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가격으로 전가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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