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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든 아빠·남편 대신…우크라 여성 뛰어든 '금지된 직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POP 팬이며 요리사였던 사샤 그리고리바 씨가 지난해 6월 자원 입대해 우크라이나 육군에 배속돼 복무 중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K-POP 팬이며 요리사였던 사샤 그리고리바 씨가 지난해 6월 자원 입대해 우크라이나 육군에 배속돼 복무 중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전장에 나간 가족을 대신해 직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기존에 여성의 참여는 금지됐거나 잘 참여하지 않던 직종에도 여성들이 나서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광산이나 대장간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티아나(38·가명) 씨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지하 광산에서 작업하는 45명이 넘는 여성 중 한 명이다. 집안에 여러 세대에 걸쳐 석탄 광부가 많았는데 아버지와 할아버지, 삼촌들도 광산에서 일했다.

테티아나 씨는 이전에는 지상에서 광산 내 메탄가스 농도를 점검하는 일을 했지만, 지금은 수천 피트 지하에서 채굴 작업을 하고 있다.

전쟁으로 광부들이 군대에 징집된 뒤 광산회사가 지하에서 일할 여성 노동자들을 구하자 자원한 것이다.

CNN은 우크라이나에서 여성들의 지하 광산 작업은 과거에는 법적으로 금지하던 일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과 관련해 전시법을 선포하면서 이런 제한이 풀렸다.

테티아나 씨는 "전쟁이 끝나더라도 지하 광산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드니프로페트로우시크 지역의 한 탄광.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드니프로페트로우시크 지역의 한 탄광.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북부의 한 도시에서는 마리아 코베츠(30) 씨가 대장간에서 열기를 참아가며 금속 제품을 만들고 있다. 남편이 우크라이나군에 징집돼 전선에 투입되자 남편이 운영하던 대장간을 맡게 된 것이다.

CNN은 코베츠 씨에 대해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의 선전 포스터 '리벳공 로지'(Rosie the Riveter)가 거의 거울에 비친 모습"이라고 평했다.

리벳공 로지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방위산업체에 종사한 블루칼라 여성을 상징하는 용어로 당시 같은 제목의 노래와 선전영화가 만들어졌다. 전쟁 시기 미국에서 여성 노동자의 역할 확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단어다.

코베츠 씨는 "대장간에서 자주 운다"며 "남편은 우리를 지켜주고 있고 어쩔 수 없이 우리와 떨어져 있다. 이 일은 매우 위험하지만 내가 (곤경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테티아나 씨와 코베츠 씨뿐 아니라 이미 많은 우크라이나 여성이 다양한 방식으로 국가에 기여한다고 CNN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여성 6만명이 군대에서 활동하고 있고 이들 중 5000명은 전투부대에 소속돼 있다.

CNN은 "젠더 규범을 깨는 것은 도전적이지만 이 여성들이 더 큰 평등을 위한 길을 닦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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