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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G7'보다 하루 먼저…中, 중앙亞 5국과 시안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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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중국 시안의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담 프레스센터가 가동을 시작했다. 신화=연합뉴스

16일 중국 시안의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담 프레스센터가 가동을 시작했다. 신화=연합뉴스

18일 중국 시안(西安)에서 중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담(C5+1)이 개막한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보다 하루 앞서 개최된다. 해양세력 위주인 G7 개막에 맞춰 중국이 유라시아 중심부 국가를 초대해 대륙세력 간의 정상회담으로 ‘맞불’을 놓는 모양새가 됐다.

위쥔(于駿) 중국 외교부 유라시아국 부국장은 16일 내외신 브리핑에서 이틀 일정의 회담 기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기조연설을 통해 중국과 중앙아시아 운명공동체 건설을 위한 자국 입장을 밝히고, 경제무역·투자·상호연결 등을 포괄하는 여러 정치 문건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 부국장은 이번 회담에서 원탁회의와 공동 서명식, 기념식수, 환영 의식과 만찬, 문화행사 관람 등 20여개의 회의(다자 및 양자)와 부대 활동이 펼쳐질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들어 처음 열리는 중국의 홈그라운드 외교행사인 이번 ‘C5+1’회담은 중국이 구소련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수교 31년 만에 개최하는 첫 다자회담이다. 시진핑 주석이 회담을 주재하며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 세르다르 베르디 무함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참석한다. 투르크메니스탄을 제외한 4개국 정상은 중국 국빈방문도 동시에 진행한다.

15일 중국 산시성 시안 도심의 종루 전경이다. 오는 18~19일 이틀간 고대 실크로드의 출발지점인 시안에서 중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의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신화=연합뉴스

15일 중국 산시성 시안 도심의 종루 전경이다. 오는 18~19일 이틀간 고대 실크로드의 출발지점인 시안에서 중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의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은 G7과 이번 회담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16일 브리핑에서 위 부국장은 “이번 회담은 제3국을 겨냥하지 않으며 다른 메커니즘과 경쟁할 의도가 없다”며 진영대결 구도를 부인했다. 지난 2015년 미국이 중앙아시아 5개국과 출범시킨 C5+1이나 러시아·유럽연합(EU)의 ‘C5+1’보다 뒤늦게 시작한 중국판 ‘C5+1’의 차별점을 질문 받았을 땐 “중국과 중앙아시아 회담 메커니즘은 비록 늦었지만, 실용을 중시하고 각국의 요구를 존중하며, 중앙아시아 각국의 지지와 환영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은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10주년과 맞물린다.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고대 실크로드의 기점인 시안에서 중국과 중앙아시아 국가가 정상회담이라는 동풍(東風)을 타고 천 년 동안 계속된 실크로드 옛 길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시안 정상회담은 중국과 중앙아시아 협력의 ‘시즌 3’이기도 하다. 왕웨이정(王維正) 미국 아델피 대학 교수는 “지난 2001년 9·11 테러 직후 중국은 중앙아 5개국과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조직해 테러리즘이 신장(新疆)으로 확산하는 문제에 함께 대처했다”며 “시진핑 집권 이후에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중앙아시아 5개국에 대거 투자하면서 지정학적 연계를 강화했고, 이번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초래된 러시아의 공백을 이용해 중앙아시아 5개국이 중·러 두 대국 사이에서 독립적 위상을 강화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다.

오는 19일 주요7개국(G7) 정상회담이 열리는 일본 히로시마의 평화기념공원에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오는 19일 주요7개국(G7) 정상회담이 열리는 일본 히로시마의 평화기념공원에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민주주의·해양세력 G7 vs 권위주의 대륙세력 맞서

왕 교수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대항 구도로 G7과 C5+1 회담을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특별히 5월 18일을 정상회담 시점으로 선택한 것은 일본 히로시마 G7을 겨냥한 것”이라며 “한쪽은 민주주의·자본주의 체제에다 유서 깊은 공업 국가인 해양국가의 모임이고, 중국과 중앙아시아는 주로 권위주의 국가이자 대륙세력 국가”라며 “지도를 보면 해양국가와 대륙국가가 대결하는 형세”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100여년 전 고전 지정학 이론인 유라시아 ‘심장지대 이론’의 부활을 노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홍콩의 전략연구가 위안미창(袁彌昌)은 최근 홍콩 명보 칼럼에서 “유럽 동부를 차지하는 자가 심장지대(Heatland)를 얻고, 심장지대를 지배하는 자가 유라시아라는 세계섬(world island)을 지배하며, 세계섬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할포드 매킨더(1861~1947)의 명언을 인용했다. 영국과 미국 등 해양세력의 최대 위협은 과거에 모두 심장지대에서 시작해 주변지대(Rimland)를 차지한 대륙강국(과거에는 독일)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하면서다.

왕웨이정 교수는 “과거 지정학 연구는 모두 유라시아 대륙을 통제할 수 있는 자가 천하를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중국은 여기에 착안한 듯 보인다”고 했다. 러시아를 대체해 유라시아 심장지대로 깊숙히 진출하는 중국을 유의하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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