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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엔 "귀국하라" 김남국엔 "사과하라"…물밑서 바쁜 김영진

중앙일보

입력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코인 사태를 빚은 김남국 무소속 의원은 관련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9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첫 사과를 했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당 정무조정실장이 된 지 하루만의 일이었다. 그 전까지 김남국 의원은 문제삼는 여권인사를 “바보”라고 칭하며 버티기만 했다.

#. 지난달 24일 돈봉투 의혹을 받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현재 무소속)는 인천공항을 통해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했다. 지난달 22일 파리 현지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한 지 이틀 만이이었다. 그를 마중하러 나간 현역 의원은 김영진 의원이 유일했다.

‘김남국 코인’ 사태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최대 위기를 맞은 민주당에서 ‘친명’ 김영진 의원(재선·경기 수원병)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정무조정실장으로 당직에 복귀한 김 의원이 물밑에서 바쁘게 움직이며 리스크 관리의 최전선에 나서면서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지난달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는 가운데 김영진 의원(오른쪽)이 송 전 대표를 마중하고 있다.전민규 기자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지난달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는 가운데 김영진 의원(오른쪽)이 송 전 대표를 마중하고 있다.전민규 기자

민주당의 한 친명계 인사는 1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이 정무조정실장을 맡은 것은 이재명 대표의 간곡한 권유 때문”이라며 “한동안 당직을 전혀 맡지 않던 김 의원도 ‘위기 상황에서 2선에 물러나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 의원은 지난해 3월 대선에서 당 사무총장과 선대위 총무본부장을 맡아 당의 실무작업을 총괄했다. 하지만 대선 패배 직후 자리를 내려놓은 뒤로는 1년 2개월 동안 어떤 당직도 맡지 않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로 상임위 활동에만 전념했다. 특히 김 의원이 이 대표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지난해 6월)와 전당대회 출마(지난해 8월)를 모두 만류하면서 이 대표와 잠시 멀어졌다는 관측도 나왔다.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당시 경기지사 후보·가운데)를 응원하는 김영진 의원(왼쪽). 김 의원은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부터 이 대표를 도왔다. 오른쪽은 임종성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당시 경기지사 후보·가운데)를 응원하는 김영진 의원(왼쪽). 김 의원은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부터 이 대표를 도왔다. 오른쪽은 임종성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김 의원은 지난달 돈 봉투 의혹이 불거지자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한 라디오에서 “돈 봉투 사건은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라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제가 대선 당시 사무총장을 했는데 정치자금법에 의해 명확하게 경선과 본선을 치렀다”고 했다. 파리 현지 기자회견(4월 22일)을 앞둔 송 전 대표에겐 직접 전화를 걸어 “국내로 빨리 돌아오는 게 우선”이라고 압박했고, 이후 인천국제공항에 직접 마중 나갔다.

민주당의 경기권 재선 의원은 “송 전 대표가 황급히 귀국한 것도 김 의원이 ‘서둘러 귀국하지 않으면 정치적 미래는 없을 수 있다’며 강하게 설득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가상자산 보유 논란을 빚은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가상자산 보유 논란을 빚은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 의원은 이어 불거진 ‘김남국 코인’ 사태에서는 해결사 역할을 자처했다. 그는 당 정무조정실장에 발탁되자마자 김남국 의원에게 대국민 사과와 진상조사단 구성 요청 메시지를 내라고 권했다. 지난 9일엔 직접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사건은 수사정보를 특정 언론을 통해 공개해 여론 작업을 한 뒤 수사에 돌입하는 ‘윤석열·한동훈 검찰 특수부’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방어막을 쳤다.

민주당의 한 비명계 인사는 “외부 공세에는 적극적으로 방어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사과와 수습을 요구하는 것이 김 의원의 문제 해결 방식”이라며 “다만 현재 당 안팎에서 ‘이재명 리더십’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한 만큼, 더 적극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위기 탈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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