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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35.5도, 5월 역대 최고기온…중국 뜨거운 공기 기습탓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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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전국 대부분 지역이 30도를 넘어 때 이른 더위가 찾아온 16일 강릉 경포대해수욕장에서 관광객들이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뉴시스]

전국 대부분 지역이 30도를 넘어 때 이른 더위가 찾아온 16일 강릉 경포대해수욕장에서 관광객들이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뉴시스]

아시아와 북미 등 세계 곳곳이 봄철 폭염에 시달리는 가운데, 한국에도 16일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등 때 이른 더위가 찾아왔다.

16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1.2도(오후 4시)였다. 올해 들어 최고기온인데, 예년의 7월 말~8월 초 기온에 해당한다. 이날 강원도 강릉은 기온이 35.5도까지 치솟았다. 1911년 기상 관측 이래 5월 최고기온 기록이다. 속초도 34.4도로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남부 지방도 대구가 33.6도, 경북 울진이 34.9도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 30도를 훌쩍 넘는 한여름 더위를 보였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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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폭염일수 자료에 따르면, 5월 16일에 일 최고기온이 33도가 넘는 날이 시작된 건 최근 5년 중 가장 이르다. 지난해에는 5월 22일에 경북 경주 등지에 첫 폭염이 찾아왔다. 역대 최고 수준의 여름 폭염을 겪었던 2018년이 유일하게 4월 중 경북 울진 등에 때 이른 폭염이 나타난 해다. 다만 습도가 높지 않아 체감온도는 33도보다 낮았고, 폭염 특보도 발표되지 않았다. 기상청은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할 때 폭염 특보를 발표한다.

기상청은 “따뜻한 남서풍이 유입되고 햇볕에 의해 기온이 오르면서, 강원 동해안과 경상 내륙은 17일까지 낮 기온이 33도 이상 오르는 곳이 많아 덥겠다”며 “내륙을 중심으로 낮과 밤의 기온 차가 15~20도로 매우 크겠으니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원 동해안 일부 지역은 밤사이 기온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아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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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도를 훌쩍 넘는 폭염이 이른 시기에 전국을 덮친 건, 한반도를 둘러싸고 여름철에 형성되는 기압 배치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내륙 지역의 뜨거운 공기가 남서풍을 타고 유입됐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이동성 고기압이 한반도 남쪽의 여름철 북태평양 고기압이 있는 자리에 박히면서 마치 여름철에 폭염이 나타나는 것처럼 온난다습한 공기가 남쪽으로부터 들어왔다”며 “고기압 자체 강도가 북태평양 고기압과 비교하면 어른과 아이의 차이처럼 작기 때문에 더위가 길게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8일부터는 전국이 흐려지면서 폭염의 기세도 꺾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후에는 당분간 평년 수준의 기온 분포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다른 아시아 국가도 때 이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16일 수도 베이징 기온이 36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던 중국은 이날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남서부 윈난성은 최근 기온이 40도 이상 올라 수백만 가구가 에어컨을 가동하면서 벌써 전력망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공기 순환이 활발해져 한국·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의 기온 상승을 유발하는 고기압성 순환을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서부와 캐나다 등 북미 지역도 때 이른 폭염과 산불로 고통받고 있다.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 시애틀 일부 지역은 14일(현지시간) 32도까지 기온이 치솟으면서 역대 최고기온을 뛰어넘었다. 캐나다 서부 앨버타주에서는 이례적인 고온건조한 날씨로 인해 수십 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비상사태가 선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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