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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희 "세계 최고 파워 한·미·일 협력해 北도발 억제·응징해야"

중앙일보

입력

이문희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이 16일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력과 군사력, 문화적 매력을 갖춘 한ㆍ미ㆍ일 3국이 협력을 통해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 도발을 응징하는 한편, 역내 평화를 안정시키고 자유·평화·번영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 위협 거칠어져" 

이 소장은 이날 국립외교원이 개최한 '한ㆍ미ㆍ일 3국 협력과 글로벌 중추 국가'를 주제로 한 학술회의 개회사에서 "한ㆍ미ㆍ일 3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공유하며, 자유와 인권, 법치를 지향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지향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을 거쳤던 이 소장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북한 핵·미사일 위협은 한층 더 거칠어지고 있고, 한ㆍ미ㆍ일 3국은 그 위협에 가장 직접적으로 맞닥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유럽에선 국경선을 유린하는 불법 행위로 인한 전쟁이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며 "대립하는 국가관을 가진 국가 간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닫혔던 국경이 열리고 이동 시작됐는데도 공급망 교란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며 "국제정치적, 경제안보적 도전 속에서 윤석열 정부는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한ㆍ미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두고 지난 3월 외교비서관에서 물러났으며, 당시 연이어 사퇴했던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의 대화 내용이 지난달 초 미 기밀 문건 사태 당시 유출되기도 했다. 이 소장이 국립외교원으로 옮긴 뒤 공개 연설을 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16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한ㆍ미ㆍ일 3국 협력과 글로벌 중추국가' 학술회의에서 폐회사를 하는 이문희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 박현주 기자.

16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한ㆍ미ㆍ일 3국 협력과 글로벌 중추국가' 학술회의에서 폐회사를 하는 이문희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 박현주 기자.

"北 게임 플랜 막아야"

이날 행사에선 한ㆍ미ㆍ일 3국이 북핵 위협에 대응해 협력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공통으로 나왔다. 김장현 국립외교원 아시아태평양연구부장이 사회를 맡은 1세션 '국제질서 변동과 한ㆍ미ㆍ일 3국 협력의 의의'에서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지난해 9월 공개된 북한의 핵무력정책법은 핵 선제 사용 시나리오를 다섯 가지로 제시해 냉전기 소련이나 중국보다 훨씬 선제 공격의 범위를 넓혔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핵전력을 유사시 한국의 주요 기능을 마비 하는 용도로 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함형필 외교부 국방협력관은 "북한의 '게임 플랜'은 한반도 유사시 역내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저지하고 유엔사 전력 지원 및 한ㆍ미ㆍ일 공조를 와해하는 것이고 그 핵심 수단이 바로 핵무기"라고 말했다. 또 "역내 분쟁과 관련해 일본의 역할 확대를 미국도 원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며 "일본과 사전에 공조하지 않으면 유사시 원활한 지원을 못 받거나 우리가 당황할만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ㆍ미 워싱턴 선언에 포함된 핵협의그룹(NCG)와 관련해 "한국은 미국과 양자 차원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고 당장 한ㆍ미ㆍ일 3국 이슈로 논의하자는 입장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미사일 방어체제(MD)와 관련해 "한국이 사실상 미국 MD에 편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최근 나오지만, 미사일 정보 공유는 한국에게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신냉전 구도 하에 북ㆍ중ㆍ러 간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굉장히 강조하고 있지만, 한ㆍ미ㆍ일 대(對) 북ㆍ중ㆍ러 구도에 대해 가장 당황할 국가는 중국"이라며 "북한이 전략적 관계를 강조하며 다가올수록 중국에게는 플러스보다 마이너스 요인이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16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한ㆍ미ㆍ일 3국 협력과 글로벌 중추국가' 학술회의. 사진은 1세션인 '국제질서 변동과 한ㆍ미ㆍ일 3국 협력의 의의'가 진행되는 모습으로 왼쪽부터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 박영준 국방대 교수, 김장현 국립외교원 아시아태평양연구부장(사회), 함형필 외교부 국방협력관,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박현주 기자.

16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한ㆍ미ㆍ일 3국 협력과 글로벌 중추국가' 학술회의. 사진은 1세션인 '국제질서 변동과 한ㆍ미ㆍ일 3국 협력의 의의'가 진행되는 모습으로 왼쪽부터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 박영준 국방대 교수, 김장현 국립외교원 아시아태평양연구부장(사회), 함형필 외교부 국방협력관,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박현주 기자.

"3국 협력 살 붙여야"

한편 김태환 국립외교원 교수가 사회를 맡은 2세션 '한ㆍ미ㆍ일 3국 협력과 글로벌 중추 국가 실현'에선 3국 간 포괄적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지난 1년간 3국 협력 체제의 틀을 세웠다면 앞으로는 오는 19~21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에서 여기에 살을 붙이는 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안정, 동아시아 안보, 정보 협력, 아시아 지역 내 민주주의 인권 증진, 글로벌 이슈 공동 대응, 우주·사이버 분야 협력 등에서 3국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민 외교부 경제안보대사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선 가치 기반 외교, 규범 기반 외교, 우리의 기여가 중요하다"며 "또 3국 간 하드웨어 측면의 협력이 중요한데 특히 메모리 반도체를 잘하는 한국과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를 잘하는 미국,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 있는 일본이 협력하면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혜원 국립외교원 교수는 G7,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연계한 3국 협력을 강조하며 "한국의 기존 인도·태평양 전략이 동남아 국가 위주였다면 이제는 역외에서 적극적으로 (인태 지역에) 참여하려는 국가와도 연결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글로벌 중추 국가의 핵심 요소인 능력, 아이디어, 관계(네트워크)를 키우는 장으로 한ㆍ미ㆍ일 협력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세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ㆍ미ㆍ일의 해상 대륙붕 공동 개발을 제안한다"며 "이미 중국이 7광구에 대한 지분을 선포하고 오는 2028년이 되면 더욱 공세적으로 나올 확률이 크기 때문에 더는 3국이 좌시할 수 없는 이슈"라고 말했다. 또한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데 한ㆍ미ㆍ일이 경제 협력 체계를 공고히 구축하면 중국이 쉽게 보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16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한ㆍ미ㆍ일 3국 협력과 글로벌 중추국가' 학술회의. 사진은 2세션인 '한ㆍ미ㆍ일 3국 협력과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 사진은 왼쪽부터 안세현 서울시립대 교수, 신각수 전 주일대사, 이재민 경제안보대사, 전혜원 국립외교원 교수. 박현주 기자.

16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한ㆍ미ㆍ일 3국 협력과 글로벌 중추국가' 학술회의. 사진은 2세션인 '한ㆍ미ㆍ일 3국 협력과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 사진은 왼쪽부터 안세현 서울시립대 교수, 신각수 전 주일대사, 이재민 경제안보대사, 전혜원 국립외교원 교수. 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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