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금리 행진 끝나겠네"…은행에 묵혀둔 돈 10조 빼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며, 은행에 묻혀 있던 돈이 투자처를 찾아 움직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MMDA 포함)은 총 608조9654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0조2996억원 감소했다. 요구불예금은 직장인 급여 통장처럼 언제나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으로, 보통 각종 투자를 하기 전에 돈을 모아두는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올해 은행 요구불예금은 1월 583조6031억원에서 2월 609조1534억원, 3월 619조2650억원으로 석 달 사이 35조원 넘게 쌓였다. 지난달 요구불예금이 10조원 넘게 빠져나간 것은 자금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월 17.6회로 지난해 같은 기간(월 15.7회)보다 1.9회 상승했다. 예금 회전율은 월중 예금 평균 잔액을 지급액으로 나눈 수치로, 회전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예금이 더 자주 인출돼 회전하고 있다는 의미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4분기 월 19.2회 이후 하락 흐름을 이어오다 지난해 4분기(월 17.1회) 반등했다.

실제 주식·채권시장 등에는 투자 자금이 늘었다. 최근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와 1분기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 이후 증권시장의 투자자예탁금이 잠시 감소했지만, 올해 전반적으로 보면 돈이 모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투자자예탁금 잔액은 53조1420억원으로 지난 1월 말 49조2749억원보다 3조8671억원 증가했다.

은행 예금의 금리 매력은 떨어지고 있는 것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은행이 두 차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통화 긴축 기조가 종료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어서다. 이날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최고 금리는 연 3.4~3.57%(만기 12개월 기준) 수준이다. 지난달 취급된 같은 상품 평균 금리 연 3.3~3.68%보다 상단이 0.11%포인트 하락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5%대에 이르기도 했던 지난해 11월 상황과는 차이가 크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개인이 국내 주식시장으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시중 유동성이 국채·예금 등으로 이동할 유인은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개인 투자자가 (하반기)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저가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