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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방북 시 10대 그룹"…쌍방울 대북송금에 드러나는 대가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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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사외이사 시절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비비안 행사장에서 촬영한 사진. 독자 제공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사외이사 시절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비비안 행사장에서 촬영한 사진. 독자 제공

“이재명 경기지사가 방북하면 우리 그룹이 10대 그룹 안에 들어갈 수 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019년 대북송금을 마무리한 뒤 회사 임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쌍방울그룹 전 비서실장 A씨는 16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 심리로 진행된 이 전 부지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정치자금법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제3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렇게 말했다.

10대 그룹 발언은 “쌍방울그룹이 북한에 전달한 800만 달러 중 300만 달러는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비라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A씨는 “스마트팜 비용 대납은 (2019년) 5월, 방북비용 대납은 같은 해 12월에 알게 됐다”며 “(김 전 회장이)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과정에서 직접 ‘대북사업 관련 잘 마무리를 했다'며 그런 말을 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가 방북하는데 왜 쌍방울그룹이 10대 기업이 된다는 거냐?”는 검찰 질문에 A씨는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아무래도 이 전 부지사도 주요 권력으로 들어갈 것이고 그동안 회장님(김성태)이 이 전 부지사를 물질적으로나 여러 방면으로 지원해줬기 때문에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신의가 확실했다”고 말했다.

A씨는 쌍방울그룹 계열사 광림에서 살수차와 흡입차 등 친환경 사업을 추진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김 전 회장이 ‘경기도에서 친환경 관련으로 추경 예산 1조원을 편성할 예정이니 경기도와 할 수 있는 사업 제안서를 만들어 모색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를 통해 추경 예산이나 경기도 정책 관련 정보를 얻었고, 이 전 부지사를 통해 사업 제안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아니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서울 용산구 쌍방울 그룹 본사. 뉴시스

서울 용산구 쌍방울 그룹 본사. 뉴시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이 “쌍방울이 북한에 지급한 500만 달러는 쌍방울의 사업 비용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A씨는 “당시는 북한과 (연결되는) 통로가 있지도 않았고, 쌍방울이 북한과 자체적으로 대북사업을 진행한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고 했다.

김성태 불출석, 법원 “국정원 압색 의견 수용”

이날 재판은 김 전 회장이 직접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재판을 앞두고 재판부에 “입장 정리가 다 안 됐다”며 불출석 입장을 전달했다. 김 전 회장의 증인신문은 이달 23일 이뤄질 전망이다.

한편, 재판부는 지난 12일 검찰 측이 제출한 ‘국가정보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 촉구’ 의견서를 받아들였다. 최근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한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이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과정 등을 국정원에 보고했다”고 진술해서다. 법원은 “형식적으로는 압수수색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실 조회(문서제출요구)해서 기관이 보관하는 자료를 받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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