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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류태형의 음악회 가는 길

서울예고 70주년, 서울아트센터도 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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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류태형
류태형 기자 중앙일보 객원기자·음악칼럼니스트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황야에서 시작했다. 개교 70주년을 맞은 서울예술고등학교(이하 서울예고) 얘기다. 6·25 포성이 막바지로 향하던 1953년, 임시수도였던 피란지 부산에서 설립된 이화예술고등학교가 전신이다. ‘나라와 인류에 공헌하는 창의적 예술’이 교육 목표였다. 그해 서울로 돌아온 이후 서울예고로 새로운 인가를 받는다. 1960년대에는 서울 정동에 자리 자릴 잡았고, 예원중학교(현 예원학교)도 세워졌다. 1976년에는 현재의 종로구 평창동 교사로 이전해 오늘에 이른다.

서울예고는 예술 전공생들의 산실이다. 음악과와 무용과, 미술과를 갖췄다. 음악과는 바이올린·첼로·트럼펫 등을 전공하는 관현악과 및 성악과, 피아노과, 작곡과로 나뉜다. 무용과는 한국무용·발레·현대무용 등 세 가지 전공, 미술과는 한국화·서양화·조소·디자인 등 네 가지 전공이다.

서울예고 개교 70주년을 맞아 새로 만든 서울아트센터. 공연·전시공간을 두루 갖췄다. [사진 서울예고]

서울예고 개교 70주년을 맞아 새로 만든 서울아트센터. 공연·전시공간을 두루 갖췄다. [사진 서울예고]

인원 면에선 음악과가 정원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다. ‘서울예고 정기연주회’에서는 재학생들이 모이면 유스오케스트라가 완성된다. ‘오페라 갈라 콘서트’에서는 음악 전공생이 모두 나서 무대를 꾸민다. 해외에서 통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2007년에는 금난새가 지휘한 서울예고오케스트라가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공연했다. 당시 3학년 협연자가 현재 도이치그라모폰 전속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였다.

서울예고 음악과는 과거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의 중추를 담당했고. 현재 클래식 음악계의 스승인 음악가들을 다수 배출했다. 서울음대 학장을 역임한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김민(81), 지난 3월 별세한 바이올린의 대모 김남윤(1949~2023),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피아니스트 김대진(60) 외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서울예고 음악과는 각종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낸 연주자들이 거쳐 간 곳이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선우예권(34), 쇼팽 콩쿠르 우승 피아니스트 조성진(29),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신창용(29) 유리 바슈메트 콩쿠르 우승자 비올리스트 이화윤(27) 등이 한때 서울예고 교정을 거닐었다.

개교 70주년을 맞은 올해 서울예고에 기념할 만한 일이 또 있다. 서울예고 안에 새로 건립한 서울아트센터(Arts Center Seoul)가 이달 개관한다. 1084석의 콘서트홀인 도암홀과 170평의 도암갤러리를 갖춰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의 예술적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음악·무용 등 다양한 대관공연으로 서울의 공연예술 명소가 되리라 예상한다. 오는 26일 개관음악회가 열린다. 명예교장 금난새가 지휘하는 서울예고 동문오케스트라가 베르디 ‘운명의 힘 서곡’, 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를 연주한다. 첼리스트 김민지,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피아니스트 주희성이 베토벤 ‘3중 협주곡’을 협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