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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먹인 이태원 참사 당직근무자 “안전교육도, 구청장 지시도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핼러윈 축제와 관련해 사전 안전대책과 사후 조치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직 근무자에 대한 안전 관리 교육도 실시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 배성중)는 15일 업무상 과실치사, 허위공문서작성‧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구청 관계자 4명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참사 당일 용산구청 당직사령을 맡은 조모 주택평가팀장이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 1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 1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날 검찰이 제시한 용산구 안전관리 추진계획에 따르면 야간과 공휴일 기간 당직실은 재난안전상황실 역할을 겸한다. 조 팀장은 “당직실이 재난안전상황실로 운영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업무 규정 사실도 몰랐다”며 “관련 교육은 없었다. 핼러윈 당직 기간 주의사항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재난문자 발송 지연에 대해서는 “재난문자 발송에 대한 교육도 없었다”고 말했다.

참사 당시 당직 근무자는 총 5명으로, 재난담당자를 포함한 2명은 참사 당시 삼각지역 인근에서 전단지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조 팀장은 “박 구청장의 비서실장이 ‘전단지 제거 작업은 구청장 지시 사항’이라고 전화했다”며 “당직 근무 전 대통령실 이전으로 불법 적치물 민원이 많아 경찰과 협조해 처리하라는 메일도 받았다”고 증언했다. 참사 직후 종합상황실을 꾸리라고 지시했다는 박 구청장 측 주장에 대해서도 조 팀장은 “그런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신문 도중 울먹이며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한채 고개를 숙이다 마이크에 부딪히는 등 트라우마 증세를 보였다. 참사 당시 상황을 묻는 질문에 “사람들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소방관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구조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고 말하던 중이었다. 재판부는 증인의 상태를 고려해 15분간 휴정했다. 재개된 재판에서 조씨는 마지막 증언으로 “혼자라도 골목에 가서 들어가지 말라고 말려야 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울먹였다.

반면에 박 구청장 측은 조 팀장의 주장에 대해 “2009년부터 용산구청에서 근무한 조씨는 수십차례 당직 근무를 했고 당직실에 관련 매뉴얼도 있었다”며 “2021년 핼러윈 당직 인력보다 3명 증원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재판부는 박 구청장의 보석 여부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직무유기 등 혐의로 구속된 최모 안전재난과장의 보석신청서를 종합해 이달 말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지난 9일 보석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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