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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높은 점수 받자, 한상혁 "미치겠네"…檢 공소장 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은 수사를 통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020년 TV조선 종편 재승인 당시 점수 조작을 사실상 지시하고 이 사실을 은폐했다고 결론낸 것으로 파악됐다. 한 위원장은 지난 2일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TV조선 예상보다 점수 높자 “미치겠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1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1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이 서울북부지검으로부터 제출받은 한 위원장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2020년 3월 20일 TV조선이 점수 집계 결과 654.63점을 받으며 과락 없이 ‘조건부’가 아닌 ‘재승인’을 받게 됐다는 사실을 보고받자  “미치겠네, 그래서요?”라고 말하며 “시끄러워지겠네”, “욕을 좀 먹겠네”라며 곤혹감을 드러냈다. 이후 TV조선은 2020년 상반기 심사에서 총점 653.39점으로 기준을 넘었지만 ‘공정성’ 항목(210점 만점)에서 기준점인 50%에 미달하는 104.15점을 받아 과락했다.

양모 방송정책국장은 이에 차모 방송정책과장에게 심사위원장인 윤모 교수를 불러오게 해 “예상보다 결과가 안 좋게 나왔다. TV조선이 총점 650점을 넘어 버렸고, 중점심사사항 과락도 없다”고 말해 집계 결과를 누설했다. 평가점수 집계 결과는 독립성 유지를 위해 재승인 결과 발표 전까지 심사위원들에게도 알려주지 않게 되어 있다.

윤 교수는 이에 곧바로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호응한 뒤 다른 심사위원들을 불러 공정성 항목의 점수를 낮추게 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윤 교수의 지시에 따라 두 심사위원은 공정성 항목 점수를 각각 95점에서 79점으로, 72점에서 58점으로 변경해 TV조선은 공정성 항목에서 0.85점 차이로 과락하게 했다. 이후 한 위원장은 점수 변경 사실을 보고받고도 “심사위원장이 점수를 주는 것은 아니잖아”라고 말하며 조작 결과를 승인했다. 양 국장과 차 과장, 윤 교수는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지난 1~3월 차례로 구속기소됐다.

양 국장과 차 과장이 이같이 점수 조작에 가담한 데는 한 위원장의 의중을 알고 있었기에 갖게된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2020년 3월 13일 저녁 과천 소재 식당에서 양 국장과 차 과장이 있는 자리에서 종편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말하는 등 TV조선 재승인 심사 결과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조사됐다. 양 국장과 차 과장은 한 위원장에게 점수 집계 결과를 보고하기 전 “평소 친분이 있던 심사위원을 깨워서 몰래 점수를 수정하게 하자”는 등 전전긍긍했다는 것이다.

민언련 출신 심사위원에 “좋은 카드 되겠네”

검찰이 경기 방송 재허가 점수 조작 의혹으로 방송통신위원회를 다섯번째 압수수색한 1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 뉴스1

검찰이 경기 방송 재허가 점수 조작 의혹으로 방송통신위원회를 다섯번째 압수수색한 1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 뉴스1

 검찰은 또 한 위원장이 TV조선의 점수를 낮추기 위해 심사위원 선정 단계에서부터 관여했다고 봤다. 한 위원장이 이미 심사위원 후보군에서 탈락했던 A씨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출신임을 강조하고 “좋은 카드가 되겠네”라고 말하며 정해진 심사위원 선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심사위원 명단에 올리게 했다는 것이다.

또 한 위원장은 야당 측 상임위원이 심사위원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부 상임위원을 심사위원장으로 선정하자는 일부 의견에도 불구하고 위원들을 설득해 외부 인사인 윤 교수를 심사위원장으로 선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위원장은 ‘국민이 묻는다’ 제도를 신설해 재승인 심사에 반영토록 했는데, 접수된 질문 3만 2336건 중 TV조선에 대한 질문이 과반에 이른다는 내용을 보도자료로 작성해 배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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