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이 15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클리프턴의 어퍼 몽클레어 골프장에서 벌어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했다.
고진영은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 5언더파 67타를 쳤고 합계 13언더파로 호주 교포 이민지와의 연장전 첫 홀에서 승리했다. 고진영은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 이어 올해 2승, 통산 15승째를 기록했다.
LPGA 투어 창립자(파운더)들을 기리는 이 대회는 한국 선수들이 강했다. 최근 8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의 우승이 6번이었다. 고진영도 그 주역이다. 올해에 앞서 2019년과 2021년 이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해 3승을 거뒀다. 2019년과 2021년에는 모두 올해의 선수상을 타기도 했다.
고진영은 이 대회 최다승자이고 이 대회가 열린 코스에서 모두 우승한 유일한 선수다. 우승 상금은 45만 달러(약 6억원)를 더해 통산 상금 1천1백만 달러 고지를 넘어 부문 톱 20에 진입했다.
고진영은 요즘 컨디션이 좋지 않고 피곤하다. 4주 연속 경기를 하고 있다. 그는 “보통 경기 시작 두 시간 전에 대회장에 오는데 이번 주는 한 시간 전에 골프장에 와서 공 20개 정도를 치고 퍼트와 칩샷 몇 개만 했다. 그렇게 에너지를 아껴서 모든 걸 경기에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호주 교포 이민지는 3타 차 선두로 경기를 시작했다. 이민지는 세계 랭킹 6위의 강자이며 가장 무서운 추격자인 고진영과는 4타 차여서 역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고진영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7번 홀까지 버디 3개를 잡아 이민지에 한 타 차로 다가섰다.
물을 건너는 파 3홀인 6번 홀에서 이민지는 이민지답지 않은 실수를 했다. 티샷을 호수 가운데 빠뜨렸다. 50야드 이상 짧았다. 이민지는 드롭하고 친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으나 역시 15m가량 짧았다. 더블보기를 했다. 그러면서 고진영이 한 타 차 단독선두가 됐다.
이민지는 만만치 않았다. 바로 다음 홀에서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로 복귀했고 11번과 12번, 15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2타 차 선두로 복귀했다. 그러나 16번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리드는 한 타 차로 줄었다.
이민지가 흔들리자 고진영이 다시 힘을냈다. 고진영은 17번 홀 벙커에서 파 세이브를 한 후 18번 홀에서 극적인 버디를 잡아냈다. 그는 “퍼트감이 좋았기 때문에 스피드만 잘 맞으면 성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3일 동안 18번 홀에서 계속 버디를 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이 버디로 이민지를 연장전으로 끌고 들어갔다.
장타자인 이민지는 18번 홀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 고진영보다 티샷을 30m가량 멀리 보냈고 두 번째 샷을 핀 가까이에 붙였다. 그러나 롱게임이 전부는 아니었다.
고진영은 10m 가량 되는 첫 번째 퍼트를 홀 옆에 붙였다. 이민지는 5m 정도의 버디 퍼트를 앞에 두고 뭔가 자신이 없는 기색이었다. 첫 번째 퍼트가 홀을 확 지나갔고 파 퍼트를 넣지 못했다.
고진영은 “어제 한국에서 임성재가 5타 차 역전 우승하는 걸 보고 나도 고무됐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또 “이 대회 세 번째 우승은 정말 영광이다. 월요일 아침 한국 팬 분들께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어 감사한다. 지난 해 많이 흔들렸던 스윙을 올해는 견고하게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남은 시즌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해란이 8언더파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